▲ 원주시는 원주시여성기업인연합회 회원들을 초청, 지난 18일 2017년 규제개혁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국 사드 보복보다 공무원 사회의 보신주의가 더 무섭다." 지난 18일 원주시청에서 개최된 2017년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여성기업인 A 씨가 한 말이다.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A 씨는  지난 4월 중국보다 더 까다로운 원주시 행정을 접하고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사연은 이렇다. A 씨와 그녀의 자녀가 대표이사로 등재된 A 씨 사업체는 중국이 주요 판로처이다.

하지만 사드 보복 사태가 지속되면서 중국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정부가 신원확인 서류로 A 씨 자녀의 미혼증명서를 요구했다. 

과거에는 국문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중국 정부가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사드 사태로 한중 관계가 냉랭해지자 검역과 증명, 통관이 까다로워진 것.

그녀는 원주시에 관련 증명서 발급을 요청했는데 원주시 담당 직원은 증명 효력이 없는 서류를 발급했다.

A 씨는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직인이 찍힌 영문 서류가 필요했다"며 "4~5시간에 걸쳐 시청 각 부서를 다니며 울고 매달려도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미혼증명서는 우리나라 가족관계증명서에 해당한다.

일부 지자체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영문으로 번역해주고 있지만 영문 가족관계증명서를 제공해주는 곳은 없다.

때문에 A 씨는 담당 공무원이 처벌이 두려워 원주시장 직인이 없는 영문번역 가족관계증명서를 제공한 것이라고 전했다.

A 씨는 "원주시민인데 국문 가족관계증명서는 원주시가 증명을 보증하고 영문번역 가족관계증명서는 원주시가 보증할 수 없다는 말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냐"며 "민원인이 어떤 사정이 있는지, 담당 공무원이 무엇을 해볼 수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 됩니다'만 되풀이 해 실망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가족관계 증명은 법원 업무를 원주시가 대행하는 것"이라며 "법원에서 영문 가족관계증명서 발급과 관련한 기준이 없어 지자체도 발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규제개혁 대상이나 기업 애로사항은 또 있었다. 관광농원을 운영하는 B 씨는 "관광농원 중 민박이나 펜션을 하는 곳이 있다면 다 불법"이라고 말했다.

관광농원 허가 기준인 현행 농어촌정비법은 음식물 제공시설과 관광농원 사업 운영에 필요한 기타시설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펜션이나 민박과 같은 숙박시설은 관광농원 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이를 설치하면 불법이다.

B 씨는 "관광농원 수익의 대부분이 숙박과 관련해 이뤄지는데 관광농원 민박, 펜션을 짓지 말라고 하니 억울하다"며 "숙박시설을 하려면 관광농원 사업구역 외에 별도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토론회에 참석한 기업 대표들은 "신용카드로 지방세를 납부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데 국세는 0.8%나 수수료를 챙겨 불합리하다" "원주시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중소기업 제품 박람회를 운영하다 중단해 아쉽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