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정부 대 정부의 행위로 인식되었다.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 속에 우리외교는 사실상 대북문제가 지배했다. 국가의 외교력은 군사력과 경제력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갖는 인식과 이미지도 중요하다. 911 사건에서 보듯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적대적 국가만이 아니다. 다양한 이유에서 불만과 증오를 가진 특정 세력의 부상이다.
 

 최근 트럼프의 행동은 마치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권한을 가진듯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되었으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정권하에서 이루어진 한일 위안부합의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외교는 상대 국가 정부만을 상대한 밀실협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정책을 국내와 국외로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외교는 자국민의 지지와 상대국민의 지지와 마음을 얻을 때 비로소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외교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독점적 영역이 아니다. 외교는 시민의 일상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외교의 주체는 정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단체, 개인 등  다양하게 확대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주체 간 교류과정에서 상호 이해를 높이고 국제사회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공공외교이다.
 

 지난해 시행된 공공외교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외교활동을 위하여 협력을 요청하는 경우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공공외교 참여를 활성화할 조치와 지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미 부산시와 수원시 등은 국제협력활동을 공공외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었다. 덕분에 지방자치단체들도 예외일 수 없었고 여러 국제행사와 교류를 진행했다. 그러나 다수의 지자체 국제 교류 활동은 이벤트의 성격이 짙고 장기적 추진 방향이나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시민의 참여와 인식도 극히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원주시는 7개 도시와 '자매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로아노크, 캐나다 애드먼튼, 중국허페이, 중국 옌타이, 일본 이치카와, 일본 히가시마츠야마, 일본 미노가 원주의 자매우호도시이다. 원주시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교류현황을 보면 대부분 소수의 공무원 교류, 학생 견학, 원주국제걷기대회 참가 등이 주요 활동이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왜 이들 도시들과 자매우호관계를 갖는지 무엇을 위해 교류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단순 국제접촉을 넘어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외교의 전환을 모색할 때이다.
 

 공공외교는 장기적 비전과 가치를 공유할 때 가능하다. 보편화된 해외여행과 해외연수 그 이상의 기능과 목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오래전부터 생활협동조합운동과 풀뿌리 민주주의, 장일순 선생님의 생명사상, 산업특성을 반영한 건강도시 등은 원주가 대표할 만한 가치들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 연대를 통해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도 공공외교의 주체이다. 한국관광공사, 적십자사 등을 비롯해 다수의 공공기관들이 공공외교를 주요 사업영역으로 삼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은 원주 지역의 경험과 가치를 반영한 공공외교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원주는 교육도시이다. 원주시 인구의 10%가 대학생, 대학 교직원 등 대학 관련자이다. 원주에 자리한 대학교들은 각종 학술행사, 대학생 봉사 등을 통해 국제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증가한 상태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공공외교의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원주시, 대학 및 각급 학교, 공공기관, 시민단체들이 힘과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인식과 역할이 핵심적이다. 원주시가 교류한 미국, 중국, 일본을 넘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동남아시아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와 소통하고 연대하며 원주의 가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원주의 공공외교를 통한 세계시민교육은 서울 지향의 경쟁에서 벗어나 세계시민으로서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형종 연세대 원주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