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화된 수치로 접하는 원주 도시 쇠퇴 현황은 매우 심각하다. 작년 기준으로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을 진단한 결과 관내 동지역 16곳 중 11곳이 도시 쇠퇴 지역으로 분류됐다. 진단 지표는 인구 및 사업체 감소비율과 노후건축물 비율이다. 학성동은 과거에 비해 인구는 35%, 사업체 수는 21% 감소했으며, 노후건축물 비율은 82%에 달했다.

 내년 말 원주역마저 폐쇄되면 학성동 쇠퇴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앙동, 원인동, 명륜1동, 일산동 등도 학성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신규택지 및 신도시 개발이 결과적으론 원도심의 쇠퇴 속도에 무게추를 달아준 셈이 됐다. 그동안 신도시 개발은 도시발전으로 인식됐지만 풍선효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매년 100개소에 10조원씩 5년간 총 50조원이 투입된다. 대규모 철거 없이 주민이 원하는 소규모 생활밀착형 시설을 설치하는 등 지역이 주도하고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는 방식이다. 관 중심의 공공주도 방식이나 전면개발 방식에서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물리적 정비사업 대신 사람과 장소가 중심이 되는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계획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동네 단위에서 주택을 개량하고, 소규모 생활편의시설을 설치해주는 '우리 동네 살리기 사업' 방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반가운 건 원주시가 이 같은 방식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원주시는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코자 올해 초 주민제안 사업을 공모했다. 주민 스스로 도시재생 사업을 발굴·추진함으로써 주민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공모에서 선정된 6개 사업도 마을공동체 만들기 등 주민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두 차례 진행한 도시재생 아카데미도 교육이 목적이었지만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생산적인 시도였다.

 내년 3월에는 원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출범할 예정이다. 원주시 도시재생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함으로써 체계화된 정비체계를 갖출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춘천시, 태백시 등 전국 상당수 지자체가 이미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선점하려면 원주시만의 고유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 바로 협동조합운동이다.

 협동조합운동의 전국적 메카라는 장점을 적극 어필할 수 있도록 원주 협동조합운동을 지금 시점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 곳곳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정부에서 강조하는 주민 참여형 사업방식의 최적화된 모델이 협동조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도심과 신도시 간 삶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금 시점에선 원도심의 도시재생에 총력이 투입돼야 한다. 원도심이 곧 원주가 걸어온 역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