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형 씨

법무보호대상자 전담 직업상담사…1명 취업 위해 2년간 상담

1862년 초판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제목처럼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빵 한 조각을 훔친 대가로 19년을 복역한 장발장이나 고된 인생을 살다 창녀로 생을 마감하는 판틴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동정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은 어두운 현실을 원망하기보다 자기보다 더 불우한 이웃의 삶을 동정하며 힘을 북돋아주는데 여생을 보낸다. 그들이 가장 힘들었을 때 받은 사랑을 다시 되갚기라도 하듯 말이다.

현대에도 레 미제라블의 기적이 존재할까? 교도소 출소자들은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임에도 사회로부터 쉽게 외면 받는 것이 현실이다. 장발장처럼 이들이 사회에 잘 안착한다면 재범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사회안전망이 더 튼튼해질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강원지부 김진형(36) 주임은 법무보호대상자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원주교도소 출소자나 원주보호관찰소 보호관찰대상자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직장도 알선해준다.

범죄경력을 숨겨 취업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사회에 나와서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방황하면 김 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원주에서는 유일하게 김 씨가 이들을 전담하고 있다.

김 씨는 "원주권 출소자나 보호관찰대상자에게 허그일자리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제가 관리하는 법무보호복지 대상자는 12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허그일자리지원은 법무보호대상자들에게 취업설계, 직업능력개발, 동행면접, 취업 후 적응까지 전문가가 단계별 맞춤 지원을 하는 정부 사업이다. 취업설계에서 구직까지 최대 1년간 지원하며 구직 후에도 1년간 사후관리를 한다.

한 사람을 취업시키고 직장에 적응시키기 위해 2년간 이들을 뒷바라지하는 것이다. 그는 "취업설계 기간 한 달 동안엔 최대한 신뢰를 쌓으려고 노력한다"며 "사회에 나가 겪는 어려움 대부분이 이 당시 쌓인 신뢰감과 친밀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업적으로만 이들을 대하면 취업알선 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을 김 씨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 씨에게 법무보호대상자는 단순히 일거리 대상이 아니라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형·동생이 되기도 한다.

출소자나 보호관찰 대상자를 도와주는 직업을 갖고 있다고 소개하면 사람들은 고개부터 내젓는 경우가 많다. 멀쩡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어려운데 범죄 경력을 가진 사람까지 챙겨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

하지만 김 씨가 가장 힘든 순간은 그들 스스로가 꿈을 포기할 때이다. 교도소에서 수개월 동안 상담하고 자기 개발을 도와줘 취업에 성공해도, 이전 습관을 버리지 못해 다시 교도소로 직행할 때가 그런 경우다. 

이들을 바라보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마찬가지다. 구인 사업체를 발굴하기 위해 이러지리 뛰어보지만 '출소자' 이야기만 꺼내도 단칼에 거절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김 씨는 "보호대상자들이 어렵게 취업한 후 다시 범죄의 유혹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며 "이럴 땐 '당신이 법을 어기면 다음 대상자들이 이곳에 취업할 수 없다'고 양심에 호소하기도 하고, 어린 동생들은 형으로서 따끔하게 혼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회에서 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그간 쌓인 스트레스도 눈 녹듯 사라진다. 10년간 복역하고 식당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잘린 대상자가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고 다시 열심히 사는 것을 보고 감동 받았다고 했다.

처음 이 직장을 맡을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는 김 씨는 "친한 친구가 어려서 교도소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며 "자기가 교도소에 있을 때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친구의 말에 이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가끔가다 한 밤중 술에 취해 세상을 하직하고 싶다거나,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해 사장에게 복수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지금도 난감하다. 그래도 친구 입장에서 그들을 보듬어 주고 법무보호대상자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응원해준다.

김 씨는 "출소자나 보호관찰소 대상자를 법무보호대상자라고 부르는 것은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며 "제가 하는 일이 이 분들에게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