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의회가 의미 있는 화두를 던졌다. '내 이웃에는 누가 살까?' 라는 화두였다. 원주시의회는 지난 17일 시립중앙도서관에서 이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옆집 사는 이웃과 소통하고 왕래하는 풍토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지극히 교과서적인 주제가 큰 화두로 다가올 만큼 우리사회가 삭막해진 것이다. 특히 아파트 커뮤니티는 실종된 지 오래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시선 둘 곳이 마땅치 않을 정도이다. 심지어 층간소음으로 인해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지정토론자로 나선 류인출 시의원은 단구동 한일아파트의 공동체 활성화 사례를 소개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화합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매년 한 차례 입주민 체육대회를 열었고, 윷놀이 행사도 진행했다.

  행사장에서 굽는 삼겹살 냄새며,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는 주변 아파트 입주민들의 부러움을 샀다. 어린이날에는 주차장에 대형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아이스크림, 솜사탕 등을 나눠줬다. 한일아파트에 살다 이사 간 사람들은 둥지회라는 모임을 구성, 매월 정기적으로 만나며 경조사를 챙긴다고 한다. 물론 이 같은 행사들이 정례적으로 진행된 건 아니다.

 주목할 점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이제는 내 이웃이 누구인지 알 정도는 됐다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아파트 공동체란 거창한 게 아니다. 가벼운 안부 정도만 물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면 살기 좋은 아파트이다.
이웃의 범주는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그런 점에서 원주는 지역공동체 활성화가 용이하다. 원주의 정신으로 추앙받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 지학순 주교, 문창모 박사, 박경리 선생 등의 공통분모는 생명사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생명사상의 지향점이 물질이 아닌 인간 중심의 세상이란 점에서 공동체 문화와 연결된다. 원주가 협동조합운동의 메카로 불리는 이유도 협동조합이 꽃을 활짝 피우도록 자양분이 됐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명맥을 잇고 있어서다. 이러한 탄탄한 토대에서 이제 원주만의 고유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갈 당위성을 갖는다.
 

 핵심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지속가능하게 이끌어갈 주체를 만드는 것이다. 한일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청년회, 부녀회가 힘을 합쳐 공동체 사업을 진행했다. 다른 아파트에도 있는 조직이지만 구심력이 부족해 괘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용인시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때 1층에 주민공동시설을 설치하면 용적률을 완화하기로 해 주목 받았다. 서대문구, 수원시, 유성구 등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소통 부재로 인한 분쟁의 타개책으로 공동체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제 원주시도 나설 때가 됐다. '원주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도 제정돼 있다.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원주에 사는 즐거움 중 공동체 활성화는 큰 몫을 차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