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린 비는 오랜가뭄으로 타들어가던 농작물에게 말 그대로 생명수였다. 그런데 연이은 폭우로 농업인뿐 아니라 소비자들은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최근 유전자변형 농작물의 수입이 급증하는 데에 따른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혹시라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값싼 농산물 보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부응해 정부도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식품 관련 종사자들의 안전의식을 촉구하기 위해 식품안전의 날(5월 14일)을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지난 식품안전의 날 기념식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 과정에 걸쳐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소비자들은 특히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표시제도가 강화되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행 GMO 표시제는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식품에 남아있는 경우에 한해 GMO 표시를 하게 되어 있어 소비자들의 근심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원재료를 발효나 추출하는 과정을 통해 유전자변형 DNA가 식품에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도 원재료에 유전자변형 DNA가 있었다면 이를 식품에 표시하도록 하는 'GMO 완전표시제'가 실시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현 정부는 "GMO 안전성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던 만큼 표시 제도를 더욱 강화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라고 밝히면서, 학교 급식과 어린이집 등 공공 급식에서 GMO 식재료를 퇴출시키고 안전 급식 기준을 만들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GMO표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입장만으로는 GMO 완전표시제가 실시될 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서울시의 정책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20일 전문가, 사회단체 등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 먹거리 주권을 회복하겠다"며 '서울시민 먹거리 기본권'을 공식 선언했다. 먹거리 기본권이란 누구도 경제적 형편이나 사회·지역·문화적 문제로 굶거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접근하는 데 곤란을 겪지 않아야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먹거리 마스터플랜은 '지속 가능한 먹거리 도시 서울'을 구현하는 목표 아래 ▷'식재료 공공 조달 직거래 시스템' 25개 자치구 확대(상생) ▷시민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먹거리 체계 구축(보장) ▷더 건강한 먹거리 환경 조성(건강) ▷먹거리 불안감 해소를 위한 안전감시 시스템 강화(안전) ▷먹거리 거버넌스 구축(협치) 등 5대 분야에서 26개 세부과제로 추진된다.
 

 원주시도 원주푸드종합센터를 운영하며 '로컬푸드'를 학교급식 등에 공급하고 있다. 원주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계약재배 과정에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인 원주푸드인증제도를 시행하여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있다.
 

 식품안전정책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부당국의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고, 소비자들의 소비자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소비자기본권에 의거하여 안전한 먹거리를 정부와 기업에 요구할 수 있고, 먹거리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부적절한 먹거리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을 펼칠 수도 있다. 소비자기본법은 이러한 소비자주권을 천명하고 있다.
 

 이에 우리 소비자들은 항상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부 정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이 소비자주권 내지 소비자기본권을 완벽하게 향유하게 되는 날이 우리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수경 원주소비자시민모임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