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가 제정된 건 작년 7월이었다. 조례가 제정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 조례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김정희·용정순 시의원이 공동 발의해 만든 이 조례는 주민 주도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운동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지원 주체는 원주시인데, 원주시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 실현, 마을공동체 형성, 민주주의 발전이란 당초 목적이 퇴색되고 있는 셈이다.
 

 혁신·기업도시 유치 이후 원주는 도시발전이 가속화됐다. 대다수 지자체가 인구 절벽을 실감하는 상황에서 원주는 독보적일 만큼 인구가 증가했다. 광주-원주 고속도로 개통 등 교통망 확충도 도시발전에 기여했다. 여주-원주 전철이 개통되면 원주는 수도권 위성도시라고 불러도 될 만큼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다. 원주시가 관광산업에 뛰어든 것도 접근성 개선으로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도시 성장이 지역공동체에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방인이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원주는 지역색이 강하지 않아 외지인 정착이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외지인이 쉽사리 지역에 동화되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혁신도시에 입주한 수도권 공공기관 임직원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외지인의 시각으로 원주를 바라보고 있다. 지역민들도 그들이 생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마을공동체 활성화가 중요하게 평가받는 것이다.
 

 마을공동체 운동의 중요성은 원주시가 올해 공모사업으로 진행한 도시재생 사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주는 지난 20년간 택지개발 등 지속적으로 도시가 확장되면서 과거 영화를 누리던 원도심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신도시로 주민들이 이주하며 원도심이 텅 빈 것이다.
 

 타개책으로 원주시는 원도심 재생을 위한 사업을 공모했고, 6개 사업이 선정됐다.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 우리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했고, 원주시에서 300만∼500만원을 지원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채택된 사업은 방치된 빈집 개선, 깨끗한 마을 만들기, 마을 전시관 운영 등 마을공동체 운동과 괘를 같이 한다. 민 주도로 사업을 제안했고, 민 주도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주민 자치의식 고양 및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마을공동체 만들기 조례에 따른 지역공동체 문화 형성은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원주는 협동조합운동의 전국적 메카로 통한다. 협동조합운동의 근간이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든든한 기반이 구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토대에 더해질 것은 단체장의 의지이다. 단체장의 의지가 실리지 않으면 마을공동체 활성화 조례는 사문화될 우려가 높다. 더불어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참여예산제 등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한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실정이어서 현 상황의 고착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