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화려한 기교가 담긴 노래보다 서툰 아마추어 목소리가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서툰 노래는 어설프지만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드문 요즘, 기교 보다는 진심을 전한다는 라온합창단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올해로 창단 11주년을 맞이하는 라온합창단은 원주시를 대표하는 장애인 합창단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라온합창단은 지체, 발달, 뇌병변, 시각 장애 등을 가진 23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다들 불편한 몸으로 활동하지만 장애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서로의 목소리에 녹아들어 조화를 이루는 화음은 그 어떤 기교보다 아름답게 들린다. 

라온합창단은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지난 2006년 '강원도 하나되기 합창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팀을 조성한 것을 계기로 창단했다. 그들은 첫 출전한 대회에서 입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원주시에서 문화사업 지원비를 받으며 지역축제 공연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들이 연습하는 매주 토요일이면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라온합창단의 노랫소리로 가득 찬다. 가사를 외우는 데만 한 달 남짓 걸린다는 이들은 한 곡을 완벽하게 소화하기까지 2~3달씩 연습해야 한다. 보통 대회를 앞두고 1년 간 꾸준히 준비한다. 한 때 지체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연습진도 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서로 목소리를 맞추면서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 극복해나가고 있다. 

단원들은 합창단 활동으로 무료했던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올해로 3년째 합창단으로 활동하는 강미진 씨는 "이전까지는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일만 하는 생활을 반복했는데 합창단 활동을 계기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무대에 설 때마다 목소리가 안나올까봐 떨리지만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초창기 단원인 남궁승길 씨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합창단을 시작했다. 남궁 씨는 "노래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활동을 찾던 중 합창단에 도전하게 됐다"며 "매일 친한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노래도 배울 수 있어 즐겁다"고 전했다. 

올해로 7년째 합창단 강사를 맡은 전지나 씨에게도 라온합창단은 특별하다. 장애인합창단은 처음이었다는 전 씨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초창기에는 어려운 곡에 도전했는데 실력향상이 더뎌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분들에게는 빠른 실력향상 보단 노래 자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단 걸 깨달으며 장애인합창단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온합창단은 비장애인이 자원봉사자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최승보(진광고 1) 군은 장애인 형을 가족으로 두고 있다. 형을 보면서 특수교사를 꿈꿨다는 최 군은 복지관에서 장애인들과 가까이 소통할 수 있는 합창단 활동을 지원했다. 최 군은 "장애인 단원들과 함께 화음을 맞추고 연습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방법을 배우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합창단을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다. 모든 장애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합창단임에도 불구하고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리는 연습에 참여하기 위한 교통지원이 부족해 함께 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 강사는 "타 지역과 비교해 합창단 규모가 작고 대회차량 지원이 어렵거나 오래된 단복을 교체하지 못하는 등 열악한 상황으로 그 동안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더 많은 단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온합창단은 그동안 부진했던 대회 성적을 씻어내기 위해 올해 입상을 목표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면서 합창단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다. 물론 떨어진 응시자들은 취미로 노래를 즐길 수 있도록 노래 교실을 따로 운영한다. 또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던 비장애인도 정식 단원으로 등록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교류활동으로 꾸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현귀 팀장은 "노래 실력이 뛰어난 분들의 재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실력을 갖춘 단원들로만 구성해 연습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 합창단의 역사를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단원: 강미순, 임영식, 김학명, 김주은, 이연주, 김광태, 허명주, 국현민, 남궁승길, 최재영, 박성자, 진선화, 강미진, 박후순, 양선영, 김현규, 조은옥, 김완붕, 송용덕, 노유림, 노유미, 신인숙, 함정식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