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은 예술 작품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제시하느냐 하는 전시 형식에도 가치성을 부여한다. 전시(제시)라는 형식의 관행은 근대 이후 시각문화를 형성해온 주요 기전(Mechanism)이다. 모더니즘시대의 권위적 전시 공간인 '화이트 큐브'(White Cube)에서부터 앙드레 말로(Andre Marlaux)가 말한 '상상의 미술관(Musee Imaginaire)', 일명 '벽 없는 미술관(Museum without Walls)'이라는 해체적 의미의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전시 메커니즘은 다양하게 변모해왔다. 20세기 후반부터 '화이트 큐브'는 '대형화', '군집화', '상업화'를 추구하며 '아트페어(Art Fair / 미술품 견본시장)'라는 방식으로 새롭게 재등장하였다.
 

 '아트페어'라는 전시 형식은 다수의 갤러리 혹은 다수의 작가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를 뜻한다. '아트페어'가 처음 열린 것은 1913년 뉴욕의 '아모리 쇼(Armory Show)'이다. 현존하는 세계적인 아트페어는 프랑스의 '피악'(FIAC: Foire Internationale d' Art Contemporain), 스위스의 '바젤(Basel) 아트페어', 영국 '프리즈 아트페어(Frieze Art Fair)' 등이다. 그밖에도 세계 최대 규모의 '마이애미(Miami)아트페어'와 판화 전문 아트페어인 프랑스 파리 '사가(SAGA)전', 독일의 쾰른(Koln)아트페어, 일본의 '니카프(NICAF) 아트페어' 등도 대표적인 아트페어로 불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의 부흥기였던 1980년대를 지나면서 '아트페어'의 유형도 다양성을 가지게 되었다. 단순히 미술품을 유통하는 미술품 견본시장으로서의 상업적 기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현대미술의 경향을 소개하거나 이벤트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피악(FIAC)의 경우 '국가의 해'를 정해서 다양한 외국의 미술 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거나, 행사 기간 중 신차 발표회를 한다거나 하는 이벤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권에서도 국제 아트페어를 개최하여 자국의 문화적 역량을 확대시키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들어오면서 다양한 유형의 '아트페어'가 개최되고 있다.
 

 원주에서도 매년 '강원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강원아트페어'가 비록 국제적인 규모의 전시는 아니지만, 변변한 갤러리가 한 곳도 없는 강원도에서 지역의 우수 작가를 발굴하고, 미술 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 미술의 대중화 운동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원아트페어는 여전히 유의미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강원아트페어(GAF)가 여타 다른 아트페어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페어전과 특별전을 함께 진행한다는 것이다. 페어전이 그 성격상 '상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특별전은 페어전을 통해 이미 형성된 문화예술 소통의 장을 활용하여, 시의성(時宜性, Timeliness)있는 이슈를 가지고 주제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트페어의 고유 기능인 Fair(場)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강원도 미술문화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별전'이라는 형식을 통해 예술축제의 장을 더욱 확장한다는 개념이다.
 

 올해 특별전의 주제는 '아틀리에 에피소드(Atelier Episode)'라고 한다. 화가들에게 '아틀리에'는 짙은 사유의 흔적이 묻어있는 가장 비밀스럽고 내밀한 공간이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과의 지난한 싸움을 싸우는 '숭고한 전쟁터'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5개의 아틀리에가 참여한다. 전시는 오는 7월 4일에서 9일까지 원주시립중앙도서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2017 강원아트페어 특별전-아틀리에 에피소드(Atelier Episode)전(展)'은 작가들의 '숭고하고 비밀스러운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이며, 예술가 개개인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될 것이다.

김병호 조형예술학 박사 원주미협 자문위원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