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설동 지역주택조합 홍보관. 업무대행사는 753명의 조합원을 모집해 300억8천만원의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관설동 지역주택조합이 시끄럽다. 조합원은 조합 임원진이 업무대행사와 결탁해 조합원 분담금(계약금)과 업무용역비를 흥청망청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무대행사와 조합 임원진은 일부 조합원이 사업을 흔들고 있다고 말한다. 갈등의 골이 깊어 지난달 24일 열린 임시총회에서는 조합원들이 현 임원진을 전원 해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합법성을 띠지 않았다며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 현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취재했다.

조합원 납부 총액 300여억원…남은돈 14억원 

관설동 지역주택조합아파트는 전체 998세대이다.  전용면적 69㎡ 475세대, 84㎡ 463세대, 101㎡ 60세대로 구성돼 있다. 조합원 753명이 모집돼 작년 4월 원주시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조합원들은 아파트 규모에 따라 조합원 분담금과 업무용역비를 납부했다. 전용면적 별로 한 세대당 3천500만원, 4천500만원, 5천500만원을 조합에 지급한 것. 753명으로부터 걷힌 분담금은 227억1천만원이었다. 조합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대행사에게 줄 업무용역비도 73억7천500만원이 모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회계법인으로부터 중간결산을 받은 결과 조합에 남은 돈은 분담금 22억1천여만원, 업무용역비 2억3천여만원, 운영비 1천300여만원이었다. 아파트 시공사도 정하지 않았는데 300억8천여만원의 조합비 중 29억5천여만원만 남은 것. 본지가 지난달 28일 조합측에 확인해 보니 분담금과 용역비잔액은 이 보다 적은 14억원에 불과했다.

조합원 A 씨는 "주택법에 따라 자료공개, 열람, 복사 등을 지속 요구했지만 조합 측은 이를 거부했다"며 "300억원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원들은 이 돈의 상당액이 조합장과 업무대행사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과정에 탕진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조합 임원진이 업무대행사와 이권으로 결탁하고 있고 이를 위해 업무대행사 용역비를 과도하게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표준계약서상엔 업무대행사가 아파트 사업계획승인을 득하기 전까지 40%의 용역비를 취하기로 되어 있는데, 관설동 조합은 사업계획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70% 이상 챙겨갔다는 것. 78억원의 업무대행비를 모았는데 2억3천만원만 남은 것이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합원들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사업진행과 관련해 업무대행사가 관청에 서류만 접수해도 총 대행비용의 10~20%를 가져가도록 계약했다"며 "조합 창립과정에서 대행사와 관련한 인사가 조합장에 선출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또한 조합임원진과 업무대행사가 조합 사무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의혹이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관설동 지역주택조합은 애초 코오롱건설과 시공사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조합원 분양 80%, 일반분양 20%가 당시 계약 조건. 하지만 전체 세대수의 75% 조합원만을 모집하는데 그쳤다. 코오롱건설은 조합 측이 계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계약을 종료했다고 통보했는데, 일반분양 비율이 증가하면 분양 리스크 부담이 커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조합원들은 코오롱건설과의 계약 파기가 매우 큰 사건임에도 이 사실을 수개월 후에나 알았다고 했다. A 조합원은 "조합과 대행사가 조합원에게 조합사무를 전혀 알려주지 않으니 조합이 어떻게 굴러갔는지, 조합 돈이 어떻게 소진됐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며 "현재 남아있는 돈은 거의 바닥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업무대행사는 새로운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H건설과 Y건설을 후보군으로 정했는데 코오롱 건설과의 계약이 왜 파기됐는지, 왜 새로운 시공사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모르는 조합원이 많아 불신이 팽배한 상태다.

조합원들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면 결국 추가 분담금 폭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조합 임원진과 대행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시공사 선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관설동 지역주택조합아파트 사업부지. 2016년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착공을 못하고 있다.

업무대행사 "정상적 업무집행" 

하지만 조합 임원진과 업무대행사 측은 조합원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무대행사는 관설동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건축하기 위해서 2천800억원이 필요하고 이 돈은 조합원 분담금, PF발생, 중도금 대출 등으로 충당된다고 설명했다.

업무대행사 용역비를 제외하고, 분담금 220여억원으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것. 게다가 지금까지 상당수 자금집행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최소 경비로만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경효 업무대행사 측 전무이사는 "비상대책위원회(조합원 구성 모임)가 정확한 사정을 모르고 전체 조합원들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조합원 분담금 220억원 중 토지대(취·등록세 등 포함) 160억원, 홍보관 건립비 8억8천만원, 광고비 9억원, 1·2차 조합원 모집비 32억원 등 210억원이 지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상대책위원회는 광고비와 과태료만으로 80여억원을 소진했다고 오도했다"며  "사업진행을 위한 자금 집행인데 대행사가 돈을 흥청망청 쓴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업무대행사 측은 이렇게 집행된 대부분 비용이 최소경비라고 주장했다.

조합원 모집을 위해 K 홍보업체와 8억원에 계약을 했지만 비용을 절감해 5억7천만원만 집행했고, 조합원 모집을 위해 쓴 분양대행사 수수료도 타 조합에 비해 매우 낮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조합원 한 명을 가입시키기 위해서는 직접 설명하고 홍보하는 과정이 필수"라며 "한 명 가입시킬 때마다 우리조합은 440만~550만원을 줬는데 원주 타 조합 같은 경우 770만원에서 900만원 가까이 지급했다"고 말했다.

업무대행사는 회계결산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조합원 누구나 요청하면 볼 수 있도록 자료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회계문서를 어려워 해 자금 집행의 자세한 내역을 조만간 홈페이지에 게재할 것이라고 했다.

조합 임원진과 업무대행사가 사익을 취하기 위해 코오롱건설과 계약을 파기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코오롱이 문제를 제기했다면 조합원을 더 모집해 계약을 유지했을 것"이라며 "조합장과 업무대행사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계약을 깼다는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되며 (조합원들이 주장하는) 내규에도 이와 관련한 어떠한 조항도 없다"고 말했다.

업무용역비 과다 지출과 관련해서는 "국토교통부 표준약관은 2016년말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조합과의 계약은 2015년에 이뤄져 약관 적용이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조합원들이 제기하는 70% 집행 비율도 사실은 60%에 불과해 조합원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원 불신이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업무용역비 추가 집행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아파트 조감도. 코오롱 건설과 시공 계약을 추진했지만 계약이 파기된 상태이다.

"추가분담금 폭탄" VS "추가비용 거의 없다" 

조합원들은 코오롱과의 계약 파기 후 조합 임원진과 업무대행사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례로 지난달 24일 열린 임시총회에서는 시공사 선정 안건이 올라왔으나 조합원 다수가 안건처리에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시공사 선정 후 아파트 사업승인을 득하면 15%의 업무용역비를 대행사가 가져가게 되어 있다. 여유돈이 바닥난 상태에서 새 시공사가 선정되면 거액의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

게다가 사업부지 대출금 상환이나 아파트 출입구 도로 건설에도 추가비용이 발생, 의도치 않던 비용 부담을 조합원들이 오롯이 책임져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대행사 측은 시행사 선정과 관련한 추가 비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코오롱과 공사비 계약이 3.3㎡당 340만원이었는데 H건설은 350만원, Y건설은 338만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H건설로 낙찰됐을 경우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아파트 사업승인을 득하려면 사전심의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원주시가 주출입구와 보조출입구에 대한 도로개설을 요구했다며 이에 대한 토지대, 공사비 등의 추가비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외에 발생하는 시공사 터파기 공사, 건축비용 등은 PF대출과 중도금 대출로 마련하고 이는 일반분양 수익금, 아파트 잔금 등으로 갚아나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 지난달 24일 영서고등학교에서 열린 관설동 지역주택조합 임시총회. 조합원들은 현 조합 집행부의 전원 사퇴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임원진 해임 요구 폭발 

지난달 24일 개최된 임시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만장일치로 현 조합장과 이사진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금 집행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고 사업진행과정도 조합원에게 자세히 알리지 않아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조합원 753명 중 서면결의 제출 조합원과 참석 조합원 371명이 참석해 이를 통과시켰다. 조합원들은 이외에도 대의원 선출, 새 임원진 구성, 업무대행사 계약 표준계약서 변경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하지만 현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측은 사회자와 의장인 조합장이 강제로 쫓겨나다시피 퇴장했고 성원도 정족수에 모자라 의결안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경효 전무는 "최초 모인 인원은 과반수가 넘었으나 중간에 일부 조합원이 퇴장했다"며 "법적 구성원에 미달했으니 이날 통과된 안건은 모두 무효"라고 주장했다.

업무대행사 측은 "총회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10일 전에 전체 조합원에게 안건을 통보해야 한다"며 "조합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해 적법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합원 측 이재구 변호사 사무실은 "이날 의결된 안건이 무효인지 아닌지는 다퉈봐야 판가름이 날 것 같다"며 "하지만 조합 측이 조합원 명부도 제공하지 않고 안건 10일 전 통보 운운하는 것은 매우 비상식적이다"고 맞섰다.

관설동 지역주택조합 조합장과 임원진은 사퇴를 거부하는 상태이며, 조합원들은 법적 투쟁을 통해 임원진 사퇴를 가시화 할 계획이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