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놀이하는사람들 강원원주지회.

숫자가 적혀 있는 바닥 칸에 돌(망)을 던져 넣은 뒤 숫자 칸들을 깨금발로 밟으며 하나씩 통과한다. 배나 발등 등 신체 부위로 비석을 옮겨 상대의 비석을 맞춰 쓰러뜨리기도 한다. 과거 주변 골목길이나 동네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놀 시간과 공간도, 함께 놀이를 나눌 친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학습을 시작하고, 게다가 지나치게 많은 학습량에 짓눌리며 마음 편히 놀지 못한다. 아파트 놀이터마저 적막하기 그지없다. 간혹 그네나 시소를 타는 아이들이 고작일 뿐 함께 어울려 몸을 써가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혼자만의 놀이에 빠져든 아이들은 그 시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기 앞에 앉아 함께 나누는 놀이를 잊어간다.

(사)놀이하는사람들은 함께 나누는 놀이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한 모임이다. '놀이와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 오늘 행복한 우리'를 모토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90년대 교사들을 주축으로 놀이연구를 하다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2008년 사단법인으로 출발했다.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해 현재 전국에 5개 지부와 22개 지회가 만들어졌다.

2015년 출범한 (사)놀이하는사람들 강원원주지회(회장: 이정숙)는 40대부터 60대까지 14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숲 해설가이면서 놀이활동 강사인 초대회장 정경선 씨를 중심으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던 지인들이 본회에 활동가 연수를 신청해 과정을 이수하고 그해 겨울 원주청소년수련관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놀이가 삶의 중요한 요소임을 알리기 위한 건강한 놀이 문화 보급, 놀이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활동가 양성, 전통문화 우수성 널리 알리기, 전래 놀이의 체계적 조사 및 연구 등을 목적으로 집과 동네에서부터 우리 놀이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한 달에 두 번 놀이를 함께 연구하는 정기모임을 갖고, 매달 두 번째 토요일 오후 시립중앙도서관 앞 열린광장에서 '두근두근 놀이마당'이라는 공개 놀이마당을 펼친다. 지역아동축제 등에 참여해 체험부스를 운영하는 등 놀이문화 전파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놀이보따리 웃음보따리'라는 이름으로 매달 놀이 환경이 필요한 보육시설을 방문, 원생들과 놀이를 통해 교감하는 시간도 가졌다.

매년 10월 둘째 주 토요일 원주는 물론, 대한민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놀이마당'도 중요한 행사다. 어른이든 아이든 함께 놀 사람은 누구든 모여 옛 전래놀이를 함께하며 신나게 놀 수 있다. '놀이의 왕'을 선정해 상품도 제공한다.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함께 나누는 법, 주변을 배려하는 법 등을 깨닫게 되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안정민(47) 교육부장은 "처음 만난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활동이 끝난 뒤 자기들끼리 더 놀다가겠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힘이 들 때도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마당에 온 부모들이 관망자의 자세로 회원들을 보육교사정도로 여길 때가 그렇다. 모임의 편집부장을 맡고 있는 윤명천(54) 씨는 "사명감이 없으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이 놀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마음껏 놀며 느끼는 행복함'이다. 아이들에게는 놀이를 선물하고 함께라서 즐겁고 '놀이'가 있어서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작은 학원을 운영하는 이정숙(52) 회장은 "학원생에게 토요일에 보강을 하자고 제안하면 대부분 '엄마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답할 만큼 요즘 아이들은 자기 주도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놀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규칙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전달하는 법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은 2010년 '어머니들께 드리는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아이들은 잠자면서 크고 좀 자란 아이들은 놀면서 큰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주어야 한다. 집안에서, 골목에서, 운동장에서, 산과 들에서 마음껏 뛰놀게 하자. 그렇게 뛰어놀지 못한 아이들이 어떻게 슬기가 발달하고, 몸과 마음이 튼튼하게 자라겠으며, 어떻게 부모형제를 사랑하고, 이웃과 마을과 이 땅의 산천이며 겨레를 사랑할 것인가?'

◇(사)놀이하는사람들 강원원주지회
▷회장: 이정숙 ▷총무: 이미숙 ▷교육부장: 안정민 ▷편집부장: 윤명천 ▷감사: 유정예 ▷초대회장: 정경선 ▷회원: 조명숙 추은화 홍해은 권금희 김연옥 김주숙 박정자 백송희 ▷참여문의: 010-5096-5190(이정숙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