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6월 5일은 UN이 제정한 환경의 날이다. 1972년 열린 유엔환경회의를 기리며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 환경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인류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 환경의 날을 불과 며칠 앞두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의 탈퇴를 선언했다.
 

 파리기후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195개국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의 노력목표를 설정했다.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지구 생물 종의 약 25%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연간 300억 톤에 달하는 탄소배출량을 20년 안에 지금의 33% 수준까지 낮춰야한다. 사정이 이렇게 긴박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공공연하게 파리기후협정 탈퇴 의사를 밝혀왔다.
 

 국무장관 틸러슨은 석유회사 엑손모빌CEO 출신이다. 트럼프의 결정에 미국의 환경단체는 물론 일부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트럼프의 결정을 비난하며 자발적으로 자체적인 기후변화협약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독단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2조가 넘는 혈세를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고 녹조가 4대강을 뒤덮고 있다. 최근 4대강의 보를 일시적으로 열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수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4대강 사업은 건설자본과 결탁한 그릇된 정치로부터 탄생했다. 그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으며 다수의 전문가들은 침묵했다.
 

 원주는 어떨까?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대응하고 있는가? 최근 원주투데이 보도(5월 29일자)에 따르면 원주시는 온실가스배출권 구입에 약 7억 원을 지출해야 한다고 한다. 더구나 원주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발생빈도와 농도에서 전국 최상위권의 오명을 쓰고 있다. 원주시는 시민의 환경권과 건강권을 적극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의 시정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듯하다. 앞으로 조성될 문막화훼단지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전국 최대 규모의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더구나 SRF(고형폐기물)를 원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2015년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SRF(고형폐기물)를 원료로 사용할 경우 LNG가스보다 약 600배의 미세먼지 농도를 배출한다고 한다. 다이옥신, 수은 등 유해물질의 배출도 우려된다. 하루 수 백 톤에 달하는 폐기물에 대해 일일이 유해물질 포함여부를 확인하고 감독할 수 있을까? 선량한 민간 업체들이 양심적으로 선별해 주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합리적 문제제기와 우려에 대해 원주시 당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시민들과 소통해 왔는지 의문이다. 시청 홈페이지에 열병합 발전소와 관련된 내용은 찾을 수 없다. 사업 주체인 원주에너지는 홈페이지 자체를 찾을 수가 없다. 원주시청 홈페이지에 실린 2017년 사업계획에는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시민 다수의 우려에 대해 원주시는 중앙부처와 관련법령, 그리고 사업주체인 원주에너지의 책임을 말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화훼단지 조성을 추진한 주체는 원주시이고 그 화훼단지에 공급될 에너지의 경제성 때문에 SRF를 원료로 하는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경제성을 위해 환경권, 건강권과 인근 지역 공동체의 권리가 위협받아도 괜찮다는 논리이다.
 

 환경재앙의 피해는 불특정 다수에게 돌아가며 원상 복구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피해를 입은 동식물과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보상을 할 길이 없다. 질병, 장애, 사망이 발생할 경우 이는 금전적 보상으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은 다양한 돌발 변수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에 환경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학기술의 적용은 매우 신중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되어야 한다. 열병합발전소를 일부의 이익과 시장의 논리로 밀어붙인다면 깨어있는 시민들의 정치적 저항을 불러 올 것이다. 환경의 문제는 곧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김형종 연세대원주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