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완수 원주시이통장연합회장

올 1월 원주시이통장연합회장에 선출된 임완수(58) 씨는 지난 2005년에도 연합회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또다시 중책을 맡을 정도로 이·통장들 사이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마을마다 이장, 통장이 있고, 읍면동 단위로 이장, 통장 모임인 이통장협의회가 있다. 이통장연합회는 이통장협의회장들의 모임이다. 그러니 임 씨는 원주시 이·통장을 대표하는 자리를 맡은 셈이다.

2005년 연합회장을 맡기 전 원주시이통장연합회는 내분으로 이장협의회와 통장협의회가 갈라서 있었다. 이장협의회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통장협의회장들이 연합회장을 연이어 독식하면서 금이 간 것이었다. 당시 기차 레일처럼 팽팽하던 이장협의회와 통장협의회를 봉합한 이가 임 회장이었다. 46세의 한창 나이에 양측을 적절히 조율하며 원만한 봉합을 이끌어냈다.

임 회장은 호저면 용곡리에서 태어나 지금껏 고향을 지키고 있는 토박이다. 어릴 적 가정형편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산현초교를 졸업하고 호저중학교에 진학했는데, 당시 용곡리에서 호저중학교까지 등·하교 한 학생은 임 회장이 유일했다. 학교가 워낙 멀어 대부분 가정에서는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해 하숙을 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숙집을 구할 형편이 못돼 새벽별을 보며 등교해야 했다. 장마철에는 새벽4시 경 집을 나섰다. 산을 넘고 배를 타야 학교를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당시엔 그랬다. 추억이 된 풍경은 아프지만 아름답다. 지금의 임 회장을 만든 탄탄한 자양분이 됐다.

처음 이장을 맡은 건 1984년이었다. 당시 25세의 총각이었다. 지금까지 약 7년을 제외하곤 이장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30년 가까이 이장을 맡았으니 인생의 절반이 이장이다. 그래서 이장으로서의 노하우는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홍반장’ 역할을 100% 소화하는 용곡리 심부름꾼이다. 원주경찰서 신고계도협의회 호저면분회장, 생활안전협의회 우산지구대 회장, 호저면 칠봉산악회 회장 등을 역임한 것만 봐도 주민들의 신임이 짐작 간다.

칠봉유원지를 끼고 있는 용곡리에는 2개반 60여 가구가 모여 산다. 여느 농촌마을처럼 고령화가 심각해 마을에 젊은 사람이라곤 임 회장을 포함해 5명 정도이다. 피서철 명소인 칠봉유원지는 여름마다 인파가 넘쳐난다. 특히 주말과 휴일에는 마을을 관통하는 2차선 도로 양 옆에 차량이 줄지어 주차하며 시내버스 통행이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피서객들과 마을주민 간 심심치 않게 다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이 쓰레기를 논밭에 투기하며 발생하는 분쟁이다. 이를 중재하는 이가 임 회장이다. 피서객과 마을주민 모두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조율한다.

용곡리에서 횡성군 서원면까지 도로 확·포장 사업을 용곡리 주민들은 반대했는데, 주민들 마음을 연 것도 임 회장이었다. 대신 주민 안전을 위한 인도 설치 및 방범용 CCTV 설치를 원주시에 요청, 성사시켰다. 도로가 확장되는 만큼 주민 안전이 우려됐고, 농산물 절도가 극성을 부려 안전시설을 확보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용곡리로 귀농하는 이들의 연착륙을 돕는 역할도 한다.

이·통장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다보니 관내 기관·단체 행사가 많을 때는 한 달 중 보름은 행사장을 방문해야 한다. 임 회장은 수도작 6만6천여㎡ 및 5천600여㎡에서 토종다래 농사를 짓고 있다. 한 달 중 보름을 나가 있으니 농사일은 아내 김인순(58) 여사의 차지가 되기 일쑤다. 그럼에도 군소리 없이 내조하는 아내에게 늘 고맙다. 임 회장은 “이·통장들의 노고에 비해 처우는 매우 빈약하지만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할 것을 당부 드린다”면서 “이·통장들이 뿌리고 있는 아름다운 씨앗을 시민들은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