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창운수 차고지에 시내버스가 정차돼 있다.

시내버스 운수업체인 태창운수에서 수백억 원의 회사자금이 유용 또는 횡령한 혐의가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태창운수가 지난 2015년 9월 법정관리를 신청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된 데는 이 같은 횡령이 주효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태창운수에 따르면 A 씨 등 일부 직원이 2009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회사 명의로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한 총액은 321억 원에 달했다. 신한카드 기프트 상품권 211억 원, 우리카드 상품권 80억9천만 원, 하나카드 상품권 12억4천만 원 등이다.

A 씨 등은 이 상품권을 관내 상품권 환전상에서 수수료를 주고 현금화 했다. 그러나 이들이 태창운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상품권깡’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상품권을 현금화한 금액이 321억 원에 달하는 건 중견기업이 금융기관을 통해서도 조달하기 어려운 규모이기 때문이다.

또한 A 씨 등은 태창운수에 재직하는 동안 상품권 환전상의 고무인이 찍힌 간이영수증철을 항상 구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상품권도 한 번에 적게는 3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구매 및 환전하면서 거래의 증빙을 간이영수증으로 처리한 것도 정상적인 기업의 자금집행으로 보기 어렵다.

상품권을 환전하며 지급한 수수료도 비정상적이었다. A 씨 등이 환전한 상품권 중 기프트카드는 583회에 걸쳐 약 211억 원이었다. 기프트카드의 경우 현금화할 때 2%대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이들은 5∼8%의 수수료를 지급, 수수료만 20억 원에 달했다. 수수료에서도 배임이 발생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구광서 전 대표 명의로 74억 빌려

A 씨는 태창운수에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태창운수 설립자인 구광서 전 대표이사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사실상 전권을 행사했으며,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구 전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구 전 대표 측은 “A 씨가 기사들 월급이 부족하다며 도움을 요청해 2007년 1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16억3천만 원을 입금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구 전 대표 명의로 태창운수가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돈은 74억 원으로 밝혀졌다. 이 돈은 고스란히 구 전 대표 채무로 남아 가족들 재산까지 모두 압류된 상태이다. 구 전 대표로부터 기사 월급 및 금융기관을 통해 막대한 돈을 차입하고도 300억 원 넘는 상품권깡을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5억이 하루 만에 15억으로 둔갑

A 씨 주도로 태창운수가 태창티피(현 대도여객)에 시내버스 35대와 노선 일부를 35억 원에 매각하는 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태창운수에 따르면 태창티피는 2015년 7월 20일 매입금 중 중도금 5억 원을 태창운수에 입금했다.

그런데 태창운수는 입금되자마자 곧바로 출금해 태창티피 구성원들의 개인통장으로 나눠 입금했다. 이어 또다시 태창티피에서 5억 원을 태창운수로 입금하는 등 3차례에 걸쳐 입출금이 반복되며, 태창운수 입금통장에는 중도금 15억 원이 입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5억 원이 15억 원으로 둔갑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구 전 대표 측은 “A 씨가 태창티피 구성원들과 사전 모의해 매각을 진행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횡령 등의 의혹에 대해 A 씨는 “할 말이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한편 태창운수는 A 씨 등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강원지방경찰청에서도 상품권깡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

 

시내버스 매각과정도 불법

태창운수가 시내버스 35대와 노선 일부를 태창티피에 매각하는 과정도 불법 투성이였다. 시내버스 전체가 아닌 일부를 양도하는 경우 양수받는 회사는 운송사업 면허가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태창티피는 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안됐다.

신규면허를 취득하려면 출고된 지 3년 이내 시내버스 30대가 있어야 하지만 당시 3년 이내 시내버스는 24대로 자격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태창티피는 양수받는 시내버스 35대를 자가용으로 변경해 면허를 받았고, 이후 명의를 바꾸며 사업용으로 등록했다. 원주시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태창운수의 시내버스 매각이 무산될 경우 재정악화로 인해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될 것을 우려, 묵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