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몇 달 동안 전 국민이 겪어야 했던 정치적 혼란, 탄핵 과정에서 나타난 국론 분열과 갈등을 해결하고 대한민국이 발전해 나아가기 위해 '국민통합'을 핵심 가치로 삼은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 상 우리 국민이 하나로 뭉쳤던 성공사례 중 스포츠 행사로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을 들 수 있다.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30년 전 대한민국은 정치적 혼란이 극심하여 데모와 최루탄이 난무했고, 그 때 상황을 풍자하여 타임지는 '방독면을 쓴 선수들이 88서울올림픽에서 뛰는 장면'을 표지로 실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민주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단합하여 88서울올림픽을 이념분쟁의 냉전시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159개국이 참가하는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의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었다. 일본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일본과 비교될 시민의식이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대회는 기적같이 4강 진출 신화를 이루었고, 우리 스스로도 놀랄만한 높은 시민의식과 국민통합을 보여주었다. 수십만명의 거리 응원질서와 경기장 속에서도 보여준 일사불란한 응원태도, 승부에 상관없이 경기가 끝난 후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모습 등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으로 집중되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촛불과 태극기 집회로 나뉘었던 국론분열을 다시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또한 경색된 남북관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지난달 여자 축구 대표팀이 평양에서 열린 2018 아시안컵 예선에 출전했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강릉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하며 교류를 이어가는 모습은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좋은 실마리를 보여 주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평화올림픽 실현이 중요한 만큼 북한 선수단 참여는 물론 남북공동응원단을 구성하겠다. 이는 막힌 남북관계를 풀려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였다.
 

 우리나라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되어 있어서 북한도 분명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명시하고 있다. 독일 분단의 상징이 베를린이었는데 동·서를 나누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독일 통일의 길이 열렸다. 한반도에서도 유일하게 강원도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어 독일의 베를린 같은 지역인데, 강원도에서 준비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의 길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그러나 9개월도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위기는 아직도 싸늘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체육계에 많이 나타나면서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고, 후원금 모금도 국정농단 사태 이후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붐을 조성하고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해 강원도문화도민운동협의회가 2012년 창립하여 다양한 활동을 강원도 곳곳을 누비며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도 시민 참여의 열정이 미흡하다.

 서울올림픽의 경우 1천만명의 서울시민이 주도적으로 힘을 모아 진행했는데, 평창동계올림픽은 경기가 진행되는 평창·강릉·정선의 인구 모두 합쳐야 30만명으로 서울의 3%에도 못 미치는 시민으로 동계올림픽을 감당해야 한다. 성공적인 사례를 남기는 어떤 국제행사도 정부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고 시민의 단합과 높은 시민의식으로 손님을 맞이할 때 가능했다.
 

 강원도의 어느 시·군보다도 원주시민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원주시는 평창동계올림픽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으며,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갖고 있고, 평창동계올림픽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올림픽 개최도시가 아닌 곳에서 발 벗고 나서서 동계올림픽에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여주면 강원도 전역에 그 분위기가 전파되고,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원주시민으로부터 작지만 열정적인 힘을 모아 강원도에서 국민통합과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역사를 꿈꾸어 본다.

류희경 중천철학재단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