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는 든든한 대통령이 되기 위하여 그동안 많은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해오셨습니다. 훌륭한 공약도 많이 내거시고 여러 가지 중요한 약속도 하셨지요. 그래서 많은 국민이 믿고 전국 각지에서 골고루 많은 표를 찍어 주셨습니다. 이제 당선과 취임의 감격을 멀리하고, 숨돌리실 시간도 없이 그간 내거셨던 공약과 약속들을 이행하기 위해 힘껏 달려가실 것입니다.

 공약과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후보로서 내거셨던 공약과 약속들을 모두 이행하셔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지키실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민생은 어렵고 안보도 불안하기 짝이 없어, 시급히 꼭 이행해야 할 공약과 약속이 한둘이 아닙니다.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한 가지 약속만은 반드시 지켜 주십사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취임사에서 다시 한번 밝히신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가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취임하면서 그렇게 다짐하지 않은 대통령이 있었습니까? 당신의 영원한 친구이자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선 직후,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 갈등과 분열의 시대는 끝이 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분께서 그 약속을 지켜내지 못하신 것은 바로 곁에서 지켜보셔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아실 것입니다. 재임 당시 통합보다는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힌 대통령으로 비치곤 하셨습니다. 그 여파로 탄핵 역풍을 맞기도 하셨고, 대통령으로 밀어주었던 정당과 많은 우군과도 결별했습니다. 그만큼 통합과 공존은 어렵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국장을 치르게 된 날, 저는 한 일간지 칼럼에 대통령께 편지를 썼습니다. 부끄러운 글이지만 그 마지막 부분을 옮겨 보겠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당신을 멀리 떠나보내며 서러운 눈물을 쏟는 국장일 아침, 옷깃을 여미며 당신의 짧은 유서를 다시 읽어 봅니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글이 유난스레 눈에 들어옵니다.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하시면서 얼마나 한이 많으셨겠습니까. 토론의 달인인 당신께서 청문회 스타로서 보여주셨던 격정으로 그 한을 토로하셨다면 엄청난 글을 쓰지 않으셨겠습니까. 그럼에도 당신께서는 짧게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쓰셨습니다.

 어쩌면 당신께서는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인 국민통합을 외치고 싶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갈등과 대립 속에서 미움의 쓰나미가 넘쳐나는 우리 정치 현실에 마지막으로 경종을 울리고 싶으셨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제 증오의 시대를 청산하고 화합의 새 시대를 여는 것은 온전히 저희 모두의 몫입니다. 대통령님, 이제 무거운 짐 저희에게 맡기고 편히 쉬소서.'
 

 그로부터 8년이 흘렀습니다. 냉철하게 살펴보면 이번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지금이 그때보다 대립은 더 날카로워지고 증오는 더 깊어졌습니다. 어쩌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도, 4차산업혁명의 격랑을 넘는 것보다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어렵고 힘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고 하셨고 또한 제왕적 권력을 나누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셨으니 한껏 큰 기대를 걸어 봅니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은 진실로 재임 중과 퇴임 후 행복했던 대통령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하야, 강요에 의한 퇴임, 본인 또는 피붙이들의 감옥살이, 자살, 탄핵. 생각할수록 하나같이 불행한 대통령들이었습니다. 문 대통령께서는 무엇보다 국민과 정파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적대감을 해소하고 미움의 쓴뿌리를 치유하심으로써 새 시대를 여는데 꼭 성공하셔서 재임 중과 퇴임 후 모두 행복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시길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우리 국민도 통합과 공존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실 대통령을 응원하겠습니다. 문재인, 화이팅!

유오종 한라대 경영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