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거문화는 삭막하기 이를 데 없다. 층간 소음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비극인 것이다. 아파트에선 바로 옆집과도 간신히 눈인사만 건네는 정도니 시간의 속도가 무섭다. 아파트 공동체문화 활성화에 가장 먼저 눈을 뜬 건 서울시였다. 아파트에서 공동체 커뮤니티를 활성화해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아파트 공동체문화 활성화사업은 수도권 위성도시에 이어 점차 지방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반면 원주시는 아직 관심 밖의 일로 보고 있다. 도시발전에 따른 아파트 단지 확대를 지켜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2015년 11월 기준으로 원주시 전체 주택 11만6천여 호 중 아파트는 8만3천800여 호로 전체의 72%를 차지한다. 게다가 향후 5년 내에 건립 예정인 아파트가 3만5천호에 달한다. 기업·혁신도시를 비롯해 중앙·단구·단계공원 등 민자공원, 남원주역세권, 1군지사 등에 아파트 건립이 예정돼 있다. 대규모 공급으로 인한 미분양 사태는 차지하더라도 아파트 주거문화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용인시는 아파트 주거문화 개선을 위해 올해 1억 원을 투입, '이웃사촌 아파트' 사업을 진행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11개 팀에 예산을 지원, 음악회를 비롯해 체육대회, 마을농장 가꾸기, 입주민 화합행사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주거유형에 관계없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마을 공동체 사업과 달리 아파트 입주민끼리 화합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선정했다고 한다. 성남시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공모해 지원한다. 선정된 사업은 입주민 수학여행, 무료 탁구교실 등 유대감을 쌓고, 단지 내 갈등을 푸는 프로그램이다.
 

 원주에도 벽 허물기를 시도하는 단지가 몇 곳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단구동 한일아파트이다. 매년 입주민 체육대회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공동체문화를 유지·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극히 일부 단지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주시는 수년 전부터 아파트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주택관리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입주자대표회의 운영 활성화 교육 및 청렴한 관리를 위해 공동주택 관리 감사반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책은 관리적 측면에 그칠 뿐 공동체문화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향후 5년 내 3만5천호 규모의 아파트가 신축되는 현실을 겨냥해서라도 아파트 공동체문화 활성화를 위한 시책을 준비할 시기가 됐다. 살만한 도시의 기준에는 커뮤니티 활성화도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주와 같은 중소도시에서는 적은 예산으로 큰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환하게 웃으며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도시의 외적인 성장보다 사람 냄새 나는 도시를 만드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늦은 만큼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