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식사·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모범경로당 표창 수상
경로당 자금운영 내역 게시판에 자세히 공지하는 등 투명운영…"경로당 회원들과 의미있는 노년 보내고 싶어"

본격적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경로당에서는 웬만한 나이로는 어르신 축에 끼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경로당 이용자 평균연령이 86세가 넘는 단구1차 경로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막내역할을 자처하며 어르신들을 살뜰이 챙기는 박기태 회장(83)은 경로당 운영을 도맡으며 노년생활의 활력을 얻는다고 말한다. 

서울이 고향으로, 은퇴 후 처가가 있는 곳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원주로 내려왔다. 단구1차 경로당과의 인연도 그 즈음 시작됐다. 낯선 곳에서 적적한 생활을 하다 특유의 사교성으로 경로당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무장 일을 도맡아 했다. 그러다 전임 회장이 이사를 가면서 단구1차 경로당의 신임 회장이 됐다. 

회장을 맡자마자 제일 먼저 경로당 청소를 했다. 회장을 맡은지 6년이 되도록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하는 일이다. 박 회장보다 젊은 어르신도 몇 계시지만 회장의 책무라 여기며 솔선수범한다. 

대부분 독거노인이 거주하는 이곳은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도 거의 혼자 산다. 그는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고자 평일 점심은 항상 경로당에서 같이 먹을 것을 제안했다. 일주일마자 새로 식단을 짤 때면 어르신들의 식성과 입맛을 최대한 고려한 맞춤 식단으로 준비한다. 매주 직접 장을 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경로당 어르신들께 직접 교양수업을 강의하기도 한다. 화투나 텔레비전을 보며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마련한 수업이다. 젊은 시절 교편을 잡았던 경험을 발휘해 좋은 글귀나 상식, 생활정보 등 다양한 주제로 배움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경로당을 새로 가입하는 어르신들에게는 본인 사진과 보호자, 경로당, 관리사무소 연락처가 적힌 회원증을 발급해 길을 헤매는 일이 없도록 착용을 당부한다. 누가 시킨 일은 아니지만 항상 어르신들이 불편하신 점은 없는지 직접 살피며 일거리를 찾는다. 

이렇게까지 어르신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데는 외로운 노년의 모습이 얼마나 쓸쓸한지 곁에서 바로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이 곳 어르신들은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찾아올 가족이 없어 회장인 그가 종종 마지막 길을 배웅해 드리곤 했다. 그는 "쓸쓸하게 임종을 맞이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평소에 더 잘해드리지 못한 안타까움이 컸다"며 " 때문에 내가 그분들의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누이와 동생을 모시듯 더욱 세심하게 살피게 됐다"고 말했다. 

경로당 자금운영도 꼼꼼하고 철저하게 관리한다. 매달 보조금과 찬조금, 지출내역 등을 상세히 적은 게시물을 게시판에 부착하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서류처리가 미흡한 경로당에서 이러한 재정운영은 원주에서 찾아보기 드문 사례이다. 재정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자 어르신들도 경로당 운영에 관심을 갖고 회장을 더욱 신뢰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원주시와 대한노인회로부터 모범경로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체력적이 부담이 될 때도 있었지만 낯선 원주 땅에 정을 붙이고 금방 적응할 수 있었던 건 경로당 회장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은퇴 후 경로당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았다는 그는 체력이 닿는 데까지 경로당 어르신들과 함께 의미 있는 노년생활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