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라 할 수 있는 자유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400여 점포 회원 중 한 사람으로 지난 3월 27일자 원주투데이 7면 기사 중 '자유시장 활성화 5억원 투입했는데…'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를 보고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대형마트가 무차별적으로 지방에 진출하고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쇄락해가는 전통시장에 자생력을 불어넣기 위해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자금과 지자체의 도움으로 조성되어 지원되는 각종 사업자금은 전통시장에 속해있는 상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감사하고 환영할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지원되는 자금의 액수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 자금을 어떤 방법, 어떤 아이템으로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침체된 전통시장의 상경기를 얼마나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느냐일 것이다.
 

 세금으로 어렵게 조성된 소중한 자금을 할아버지가 쌈짓돈에서 손자에게 용돈을 주듯 아무 대책없이 건네주기만 하는 것으로 할 일 다 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관련 부처에서는 각 시장 실정에 적합한 활성화 방안도 제공해줄 필요성이 있다. 해당 전통시장 번영회나 상인회에서도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자문도 구하고, 시장 실정을 제일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상인들에게 아이디어 공모도 하고 동의를 얻어내고 하는 절차를 거치며 상인들의 관심과 참여율도 높이는 열성적인 노력으로 전통시장이 세금먹는 하마라는 지적을 받지 않도록 하고, 하루 빨리 자생력을 키워 지역사회의 균형있는 발전에 일조하도록 하는 것이 지원에 보답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요즘 자유시장에서 1년에 6억원씩 3년간 18억원이나 지원되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었음을 알리고 자축하는 행태를 지켜보며 위에서 나열한 고민이나 노력을 한 흔적들을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지원자금의 지출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또 다시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런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사실에 대하여 십여 장의 현수막을 통해 충분히 자축하고 홍보하였을 뿐더러, 수차례의 구내방송을 통해 상인들에게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한 장에 천원씩 하는 대형 컬러포스터 100여장을 시장 내·외부에 필요이상이라 할 만큼 도배수준으로 부착하고,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행사인 비전선포식이라는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이 사실을 구내방송이나 공고문을 통해 상인들에게 알려도 충분할 것인데 외부초대 인사들도 아닌 400여 점포 상인 개개인에게 상당비용이 지출되었을 초대장을 배포하는 모습을 보며 이 사업도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선택받은 시장의 상인 중 한 사람으로서 감히 청해 본다. 관련부처나 (사)원주자유시장번영회는 부디 지원되는 사업자금을 원래의 취지에 따라 효율적으로 써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시장 활성화에 기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우리 자유시장이 지역 언론으로부터 세금을 낭비 하였다고 지적받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시장이 하루속히 자생력을 갖추도록 해 상인들로부터 박수 받고 지역사회 고객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장이 되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