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은 씨어터컴퍼니 웃끼는 최근 원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극단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07년 창단 이후 정극과 코메디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물론, 한 달간의 장기공연, '골목길 연극열전', 월요병 치유 힐링콘서트 '먼데이충전쑈' 등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다양한 기획으로 지역 연극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원주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전용극장을 운영하면서 별도의 연습실과 숙소까지 갖추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웃끼를 창단하고 10년째 이끌고 있는 이석표(43) 대표가 있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연극인의 길에 들어선 것은 진광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0년이다. 길을 걷다 문득 눈에 띤 '단원모집'이라는 네 글자를 발견하고 그날로 오디션을 본 뒤 극단 치악무대에 연수생으로 합류했다.

사실 연극배우의 꿈을 키운 것은 그보다 훨씬 앞선 초등학생 시절이다. 국어시간에 교과서에 나오는 찰스 디킨슨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가지고 연극을 했는데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구두쇠 스크루우지 영감 역할을 맡았는데,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는 이 대표는 "그날 이후 학생기록부 장래희망 란에 늘 '연극배우'를 적었다"고 말했다.

극단에 들어갔지만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2년간의 연수생 시절을 거쳐 아동극 '혹부리 영감'으로 처음 무대에 섰고 '신화 1900'을 통해 성인극 데뷔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극단 선배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군에 입대한 친구 면회를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공연 일주일을 앞두고 배역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도망치듯 군에 입대했다. 이 대표는 "선배들과 동료들 볼 면목이 없어 제대 후에도 극단을 찾아갈 자신이 없었다"면서 "제대 후 길에서 재회한 선배들의 손에 이끌려 다시 극단으로 들어갔다"고 회상한다.

1995년 '번지없는 주막'을 시작으로 1996년 첫 주연을 맡은 '길동을 찾아서' 2004년 첫 연출작이자 강원연극제 연출상을 안겨 준 '땡볕' 등 연극인으로 활동한 27년간 그가 참여한 작품은 40여편에 이른다. 그 중 직접 연출을 맡은 작품만 15편이다.

연출과 연기를 오가며 정신없이 살면서도 늘 아쉬움은 남았다. 단원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연극에만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공연 횟수와 연습 기간 부족 등은 감수해야 할 몫이었다. '완성도 있는 작품'에 대한 욕구가 컸고 지방극단의 현실을 탓하기 앞서 공연을 통해 관객을 모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마침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동료들과 뜻이 맞았다. '우리끼리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모여 '우끼'라는 이름이 나왔고, '웃음과 끼있는 사람들'이란 의미를 더해 '웃끼'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씨어터컴퍼니 웃끼의 시작이다.

젊은 사고, 젊은 감각으로 장래 원주 연극계를 이끌어 가겠다는 야심찬 포부는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한 달 이상 장기공연이 만들어졌고, 문화기획 공감과 함께 '먼데이충전쑈'를 진행했으며, 소극장 활성화를 위한 '골목길 연극열전' 프로젝트도 기획했다.

웃끼홀에서 어울림소극장으로 이어진 노력은 관객들이 먼저 알았다. '웃끼'라는 이름으로 올리는 무대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찾아주는 관객이 100명을 넘어섰고, 인동소극장을 선뜻 내어 준 든든한 독지가도 생겼다.

이 대표의 목표는 인동 골목을 원주의 대학로로 만드는 것. 2015년 연말 원주연극의 산실인 인동소극장을 재개관한 것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어울림소극장과 인동소극장을 활용해 서울 대학로처럼 예술가들과 관객이 만나고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고 있다"며 "상설공연과 다양한 관객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 예술인들에게는 작품의 상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창조적 무대를 제공하고 관객들에게는 수준높은 예술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방극단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배우 수급을 첫 손에 꼽은 이 대표는 최근 창작극 '더 다이'와 '20시 59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단 온전히 웃끼 단원들만으로 최소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면서 "의욕만 앞서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던 경험을 잊지 않고 급하지 않게 한 걸음씩 탄탄하게 만들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젊은 사고와 젊은 감각에 열정까지 더한 이들이 바꿔나갈 원주 연극계의 미래가 벌써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