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LO(욜로)'는 외국식 은어로, 영미권에서는 인생 한 번뿐인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 즉 '인생 한방'이라는 의미로 쓰여 왔다. 자살이나 다름없는 무모한 행위를 하기 전에 외치는 감탄사처럼 쓰였는데, 이런 행위는 사고로 이어지는 일들이 많아 '중 2병'으로 치환되는 유행어였다고 한다. 그랬던 YOLO가 2016년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홍보 문구에 쓰이며 주목받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다. 언뜻 성공을 위해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는 게으른 자들의 핑계처럼 들린다.
 

 물론 '쾌락'을 최고의 선이라 말한 사람들도 있었다. 노자나 에피쿠로스는 쾌락이야말로 삶의 이유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도 쾌락의 본질을 감각이 아닌 이성에 두었으며 절제와 금욕, 욕심을 버리면 영원하고 지속적인 쾌락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쾌락을 추구했다. 최대의 쾌락을 즐기기 위해 행복을 절제하던 그들에 비하면 최근 대두되는 YOLO(욜로)는 행복하면서도 슬퍼 보인다.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이라 불린다. 빚을 져가며 대학을 나오고, 몇 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며, 토익과 컴퓨터 자격증은,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 할지라도, 필수적인 스펙이 되어버렸다. 특기도 가지각색으로 서예, 그림, 노래나 춤 등 관심분야의 실력이 월등하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기 일쑤다.
 

 어디 청년만 그러한가. 영세 자영업자부터 거대 기업까지 파도처럼 밀려오는 위기에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 살아남으려면 끝없는 오늘을 희생해야하는 세상, 이제 미래를 볼모로 오늘을 땔감 삼는 일은 미련한 짓이 되었다.
 

 국가는 또 어떠한가. OECD국가 중 노인빈곤층과 자살률이 가장 높고, 비정규직 실업자가 증가하고, 사상초유의 사태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는, 이런 현실에서 남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즐거운 오늘을 희생하지 않는 것은 꽤 합리적인 삶의 방식처럼 보인다. 영국 텔레그레프지도 'YOLO는 가장 현실적으로 사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틈타 마케터들은 욜로족을 현혹할 만한 각종 트렌드를 생산해 낸다. 마케터들에게 '현혹' 당하는 욜로의 소구점이 위와 같은 우리시대의 '슬픈'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이다. 3년 동안 2천여만원을 모아 결혼자금으로 쓰려고 했던 모 사원은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50대 후반의 한 직장인은 자신의 노후를 염려스러워 하면서도 본인을 위해 천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구매하기도 하였다는 종류의 기사를 가끔 접하게 된다. 욜로트랜드 이전에도 그런 종류의 소비자나 소비행태는 있었을 법하지만, 이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이것을 부자와 가난한 자의 극단에서 침체되는 경제를 겨냥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다른 형태의 꼼수로 느낀다. 부자된 자들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이 언제나 '욜로'였을 것이고, 해외여행을 맘먹고 떠나야하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일반인들은 이러한 트랜드에 한번쯤 마음의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지방대학의 선생으로 오랫동안 근무해온 나로서는 그 구호가 조금 더 슬픈 색감으로 다가온다. 많은 자취생들이나 대학생들이 학비와 생활비로 인해 풍족한 삶을 누리지 못하며, 학업에 아르바이트에 취업준비에 하루가 모자라도록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
 

 2017년 YOLO(욜로)의 삶은, 보다 높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을 가진 지방대학생들에게 쌀쌀맞은 시선으로, 탐욕스런 벽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불안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 후회 없이 인생 즐기는 세대' 와 '허세 소비세대'라는 스펙트럼 어디쯤에서 제대로 된 균형을 잡아야 하는가를, '미래의 우리를 위한 대비'와 '현재의 나를 위한 소비'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잡아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욜로 트랜드를, '삶'이 한 번밖에 없다는 가정 하에 '해답'을 찾으려는, 삶의 근본에 대한 지극히 철학적인 측면의 개인적 질문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전영주 상지대 호텔컨벤션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