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수리비 일방적 책정해 경영난"

앞으로 자동차 사고가 발생해 원주 정비업체에서 수리할 경우 수리비용은 고객이 먼저 지불한 뒤, 보험사에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사단법인 강원도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원주·횡성권역협의회(이하 자동차검사정비협의회)는 지난달 20일 자동차사고 보상처리를 '고객 선결제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 

현재 사고차량을 수리하려면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한 뒤 자동차 정비업체에 맡겨 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동차보험사는 고용손해사정사를 통해 파손 정도를 평가한 뒤 이에 따른 비용을 수리업체에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객이 손해사정사를 통해 자동차수리 견적을 매긴 뒤 수리비를 먼저 업체에 지불해야 한다. 자동차검사정비협의회가 의결한 고객 선결제 방식은 수리비용을 먼저 지불한 뒤 자동차보험사에 수리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가 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원주에는 자동차수리 견적을 평가할 독립손해사정사가 거의 없어 관련 시장이 형성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객 선결제 시스템 도입으로 일정기간 동안 혼란이 불가피해 자동차검사정비협의회는 시범운영 기간을 두기로 했다.  

"불합리한 정비수가, 경영난 가중"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고객 선결제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관행 정비수가 체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달 6일 "자동차 보험수리비는 손해보험사에서 일방적으로 산정한 기준에 따라 지급됨으로써 실제 정비수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른 정비품질 저하와 소비자 불만이 점증해왔고, 자동차정비업계의 극심한 경영난을 불러 일으켰다"고 밝혔다. 

실제로 원주지역 정비업체들은 그간 자동차 보험사로부터 제대로된 정비수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100만원의 수리비용이 발생하면 보험사에서 받는 금액은 60만~7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가나 임금인상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보험사에 고용된 고용손해사정인들이 보험사 이익을 위해 정비단가를 깍아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A자동차검사정비사업체 대표는 "정부가 발표한 적정 공임단가는 2만7천원부터 3만500원 사이"라며 "하지만 자동차보험사 고용손해사정인들이 책정한 도내 시간당 공임은 최대 2만5천500원이어서 공업사의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이를 거부하면 사고차 입고물량을 주지 않아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참아 왔다"며 "정비수가를 임의로 깎아 정비업체가 손해 보는 입장에서 차 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정비업체의 경영난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해만 임금체불로 고발된 정비사업자가 전국 전체 사업장의 10%에 달하기 때문. 반면 자동차 보험사들은 지난해 2조5천여억원의 흑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 고객 선결제 체계하에서는 수리비용을 정비업체에 먼저 지불하고 보험사에 비용 청구를 해야 한다.

수리비용은 고객이 보험사에 청구해야

고객불편 예상…과잉청구에 따른 분쟁도

소비자 혼란은 불가피 할 듯 

그러나 자동차 수리비용 견적을 독립손해사정사에게 일임하고, 수리비용을 자동차보험사에 청구하는 방식은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소비자가 독립손해사정사를 별도로 고용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보험사에 보험비용을 청구하더라도 수리비용 전액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사 측은 "과도하게 청구된 수리비를 여과 없이 지급할 경우 피해는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귀속된다"며 "보험사와 협의없이 사고차량을 수리한 뒤 정비요금을 과잉 청구하기도 하는데 보험사를 통하지 않고 정비업체에 직접 비용을 낸 뒤 수리비 차액이 발생하면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수리비용과 보험사 지급비용에 차액이 발생할 경우 고객 입장에서는 소송을 통해야만 이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자동차검사정비협의회 측은 "차액이 발생하면 수리 업체들이 청구위임장을 받아 대신 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정비업체가 앞장서 고객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동차 부실정비를 막고 적정 수리단가를 현실화하기 위한 결정인 만큼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