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완연한 봄기운의 햇살이 온 대지에 충만하다. 겨우내 경직되었던 몸을 깨우기 위해 새벽녘에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동네 한 바퀴 걷다보면 작은 연못에서 물안개가 살포시 몽글 몽글하게 피어오른다.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호숫가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몸에 좋은 보약을 한 사발 들이킨 듯 온몸과 마음이 더불어 한결 상쾌해지며 건강해진 기분이 저절로 든다.
 

 난 이렇게 새봄을 맞아 힘찬 발걸음을 다시 옮기며 일상을 만끽하면서 행복에 겨워하고 있지만 나의 사랑하는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의 열풍이 온 나라를 덮쳐 이 작은 나라가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어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처럼 보이고, 정치 지도자들은 그들만의 이해득실에 따라 국민을 주머니속의 호두알처럼 마냥 주물러대며 극단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뒤숭숭한 이 틈에 북한은 보란 듯 미사일을 발사하여 한반도와 국제정세를 긴장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덧붙여 전격적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빌미로 중국은 노골적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 사회, 문화 뿐 아니라 전방위 제재와 보복을 심화하고 아울러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며 군사력 증강의 명분을 키우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로 탄핵의 열풍은 마무리 되는 듯하지만 대한민국을 둘러싼 각종 난제는 진퇴양난(進退兩難),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사자성어의 뜻과 꼭 닮은 형국이어서 이 난국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심하게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오천년 과거 우리 역사를 뒤돌아보면 무수한 침략과 혼란의 위기에서도 국가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거듭했지만 우리 한민족은 현재에도 영속되고 있다. 곧 국가와 국민은 하나의 개념으로서 사전적 의미로 국민이란 국적, 곧 국가의 구성원이 되는 법적 자격을 가진 모든 사람을 말한다. 또 국민은 위와 같이 개개의 인민만을 의미하지 않고 '국가기관으로서의 국민'이라는 이념적 통일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되어 주장의 극단을 치닫고 있었던 것이 어제까지의 현실이었지만 근본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가치와 상관관계는 자식과 부모로 표현할 수 있다. 진보가 자유롭게 뛰어 놀 때 사회가 발전한다, 한편 보수는 진보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도록 돌보아야 한다. 자식을 경멸하는 부모가 없듯이, 진보를 경멸하는 보수는 이미 제대로 된 보수이기도 어렵다. 보수는 부패 때문에 망하고, 진보는 의견 분열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듯이 '모 아니면 도' 식의 극단적인 이분법적 생각과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의 정치심리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는 중도는 진짜 중간자적인 입장이 아닌 이중개념주의자라고 말한다. 각 현안 마다 진보와 보수의 논리를 따로따로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서 긴 안목으로 내가 국가라는 생각으로 나라의 어려움과 장래를 모두 함께 걱정하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위대함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이다.
 

 나 자신 먼저 어려운 이 시기에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하고, 나와 다름의 생각을 하나로 합쳐서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작은 용기와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생각된다.

김문덕 광복회 원주연합지회 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