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봉산동 1001-3번지 일원 마을 입구 철로변에 찬성측 주민과 반대측 주민의 의견이 담긴 현수막이 마주보고 게시돼 있다. 주민들은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마을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 주민 측 "설문조사 시 주민의견 왜곡…국민권익위 신고" 강경대응

주민 의견을 물어 시행여부를 가리기로 한 봉산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이 정상 추진된다.

원주시는 사업 대상지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주민이 70%를 넘어 정비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히고 지난 24일 보상계획을 확정 공고했다. 하지만 사업시행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원주시 조사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원활한 사업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주시는 지난 10일까지 사업대상지 95가구를 대상으로 우편, 현장방문 등의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원주시에 따르면  64가구가 조사에 참여했으며, 조사에 참여한 주민 중 70.35%가 사업시행에 찬성하고 25%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65%는 감정평가액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라고 원주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원주시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달부터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당초에는 지난 22일 봉산동행정복지센터에서 2차 주민설명회를 열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업 절차와 일정 등을 주민들에게 설명할 예정이었지만 대통령선거 50일 전부터는 주민설명회 등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취소했다.

원주시는 주민들에게 보상 절차 안내문을 발송하고 감정평가업체 선정, 보상가 개별 통보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보상이 70% 이상 완료되면 본격적인 정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보상이 빠르게 진행되면 올 하반기에라도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지만 현재 대상지구에 빈 집이 많아 예상보다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주시의 이 같은 방침이 전해지면서 사업시행을 반대해 온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원주시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사업시행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 의견에 대해 자체 조사까지 실시했다. 반대 주민들은 "지난 20일부터 3일간 주민 의사를 확인한 결과 원주시 조사와는 달리 주민 56명 중 찬성 8명, 반대 48명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주민 A 씨는 "사업지구에 거주하는 주민 대다수가 고령의 노인들"이라며 "공무원이 가가호호 방문해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찬성을 독려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또 "설문조사를 하면서 주민의견을 왜곡한 부분과 재해위험지구 지정 당시 주민의견을 수렴했는지를 가려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엄중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반대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원주시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주민들에게 우편으로 설문조사 서식을 발송하고 6회에 걸쳐 방문조사를 실시했다"면서 "재해위험지구 지정은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이뤄지는 것으로 자치단체가 임의로 지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봉산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위치는 봉산동 1001-3번지 일원으로 면적은 2만4천737㎡이다. 이 지역은 구릉지에 급경사지 노후주택 밀집지역으로 사면붕괴 시 하부주택 매몰로 인명피해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특히 집중호우 시 노후축대 붕괴와 산사태 발생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어 2013년 3월 19일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됐다.

2015년 실시설계를 완료하는 등 당초에는 인근 무진지구와 함께 정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주민 호응도가 떨어지고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사업추진이 미뤄졌다.

정비사업에는 국·도비 77억4천200만원과 시비 51억6천700만원 등 129억900만원이 투입된다, 원주시는 주민들을 이주시킨 뒤 노후주택 등 건축물을 모두 철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