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흐름 뒤쳐지면 만회 어려워"

원주 전략산업인 의료기기산업이나 자동차부품산업이 4차산업혁명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원주상공회의소 이해규 회장은 "로봇, 인공지능, 가상현실, 드론, 무인자동차 등으로 전개될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강원도는 4차 혁명시대의 진입은 고사하고, 3차 산업혁명인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산업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 따르면 원주의료기기는 130여개 업체가 있지만 이중 80%는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역 대표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아나가 컨베이어벨트 생산공정을 컴퓨터를 통한 셀 구조 생산방식으로 변경하고 모든 공정을 전산화 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전환은 몇몇 선도기업에 불과하고 아직도 상당수 기업은 컨베이어 벨트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한태영 박사는 "원주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으로 생활의료기기 제품을 판매해 성공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 제품은 중국에서 대량으로 만들고 있고, 중국과의 기술격차도 좁혀져 추월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장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IT 기술을 의료기기나 자동차부품산업에 도입해야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원주 기업들은 아직 인공지능이나 로봇, ICT를 융복합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의 전환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강원권기업성장지원센터 정성훈 팀장은 "기업들이 왜 이것을 도입해야 하느냐는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대는 소비자마다 기호나 요구사항이 다른데 기존 생산방식을 고수하면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어려워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박성빈 기업본부장도 "4차 산업혁명 흐름에서 도태되고 시대 흐름에서 한 번 뒤쳐지면 이를 회복하기까지 2배 이상의 시간과 자본이 필요해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한 지역에서의 대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기산업은 정부 차세대 생명건강 생태계 조성사업을 통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플랫폼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추진은 아직 안됐지만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도입해 창업기업의 제품 설계를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구상 중이다. 박성빈 기업본부장은 "시대 흐름에 맞춰 기업체질을 바꾸려고 해도 재원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지역 전략산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