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업저수지 내 거북섬.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섬내 수목이 3년 이내 고사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수질·토양에도 악영향 초래…독성물질 발생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흥업저수지 거북섬에 있는 모든 수목이 3년내에 고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흥업저수지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와 맞닿은 저수지로 수면면적은 25.1㏊, 총 저수량 109만8천톤 규모의 농업용 저수지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원주지사가 연세대에 위탁관리를 맡겨 수질관리를 하고 있으며, 연세대는 저수지의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낚시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5년 전부터 민물가마우지가 흥업저수지 거북섬에서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수지에서 낚시를 금지해 먹이인 물고기가 풍부하고, 사람도 쉽게 드나들 수 없어 민물가마우지가 이곳을 겨울 서식지로 선택한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민물가마우지 배설물이다. 거북섬엔 300~500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서식하는데 이들의 배설물은 거북섬 참나무, 소나무의 생장을 저해하고 있다. 

2015년 늦여름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거북섬 생태환경을 연구한 연세대 환경공학부 이태권 교수는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나무들이 광합성을 하지 못해 고사한 나무가 다수 발견됐다"며 "최근 고사목에서 반대편 수목으로 서식장소를 옮겨 3년이내 모든 나무가 죽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배설물로 섬 전체가 흰색으로 변하는 백화현상이 상당수 진행돼 지자체나 정부, 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정책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고 조언했다. 수목 생장을 위해서는 배설물로 뒤덮힌 거북섬 수목들을 깨끗이 청소하고, 민물가마우지 서식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3년 후 모든 나무가 죽으면 민물가마우지는 다른 곳으로 서식지를 옮길 것"이라며 "거북섬의 수목을 살릴 것인지 아니면 민물가마우지 서식지를 보호할 것인지 판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반곡관설동 학마을, 호저면 등지에서도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수목이 고사한 전례가 있어 거북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고민이 제기되고 있다. 

▲ 연세대 환경공학부 이태권 교수

흥업저수지 녹조화 가속…농업용수도 위험 

이 교수는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흥업저수지의 생태변화를 조사한 뒤 논문 '민물가마우지 배설물이 농업용 저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미국 학술지 Journal of Environment Quality(JEQ) 최근호에 게재돼 주목을 받았다. 주된 내용은 민물가마우지 배설물이 장·단기적으로 수질과 토양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한다는 것.

그는 "흥업저수지와 비슷한 소생태계를 실험해본 결과 배설물을 넣자마자 오염물질 농도가 단시간에 급속히 증가했다"며 "물에 바로 녹는 것도 문제지만 일부 요소는 20일 후에도 조금씩 녹기 시작해 장기적인 오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저수지 내 생태계 교란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 녹조 발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한국농어촌공사 원주지사가 조사한 흥업저수지 수질측정 검사결과에는 물의 오염정도를 나타내는 COD 농도가 3·6·8월에 보통수준인 5~5.8㎎/L을 나타내다가 민물가마우지 서식철인 11월에는 8.4㎎/L까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수 평균 COD 값(6.3㎎/L)보다 월등히 높은 값으로 COD 8㎎/L 이상을 수질환경이 가장 나쁨 단계로 지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4대강 녹조의 근본원인은 물을 가둬놓은 상태에서 하천오염수 등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발생한 것"이라며 "저수지 내로 오염물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녹조발생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발생해 농작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민물가마우지

설자리 잃는 석조보살입상

거북섬에는 1998년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20호로 지정된 '석조보살입상'이 있다. 하지만 거북섬 내 백화현상이 심화되면서 수목들의 고사속도가 빨라져 거북섬의 면적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나무뿌리가 토양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는데 고사해 지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거북섬 내 일부 토양은 낮은 지력으로 상당수 유실된 상태이다. 매지리 일부 주민은 "시간이 지나 모든 나무가 죽으면 섬 전체가 유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석조보살입상도 설자리를 잃게 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주시는 석조보살입상이 거북섬 가운데 있고 거북섬 내 수목은 섬주변에 식재돼 있어 배설물로 인한 문화재 훼손이나 섬유실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대책 없어 

상황은 심각하지만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는 대책이 없어 손을 못 쓰고 있다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원주지사 관계자는 "지난해 언론보도 이후 원주시와 함께 거북섬에서 몇 차례 환경정화활동을 했다"면서도 "뾰족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북섬 내 수목이나 저수지 수중 생태환경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나무에 묻은 배설물을 씻어내고, 호수 저질층에 쌓인 오염물질도 준설해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민물가마우지가 앞으로도 계속 거북섬에 서식하게 될 경우 이는 단기적인 처방에 그치고 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교수는 "정부와 원주시, 연세대 등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해야 한다"며 "민물가마우지는 가만히 내버려두면 개채수가 무한증가하기 때문에 문제를 방치하면 환경오염은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