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시내버스 공청회에서 원주 시내버스의 부끄러운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용정순·곽희운 시의원이 공동 발의한 '원주시 대중교통 이용촉진 및 편의증진 기본 조례'를 설명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조례의 기초가 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모든 국민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고 돼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법에서 정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원주시에 제기되는 민원 중 시내버스 민원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공청회에서도 시내버스 이용 불편에 관한 시민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시내버스 운수업체에서는 적자 운영에 따른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원주시는 3개 시내버스 운수업체에 43억6천여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그런데 이중 39억8천여만 원은 교통카드 할인 및 무료 환승에 따른 보조금이었다. 시민들이 내야 할 요금을 원주시에서 대납한 것이다. 비수익노선 및 벽지노선 운행에 따른 보조금은 3억9천만 원에 불과했다. 운수업체 적자의 가장 큰 이유가 시내버스 이용률 저조란 점에서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운수업체 노조에서는 춘천·강릉에 비해 원주 시내버스 기사들이 근로시간은 많고, 임금은 적다고 주장했다. 하루 평균 16∼18시간을 근무하는 상황에서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결국 3주체인 시민, 운수업체, 운수업체 종사자 모두 불만을 제기하는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난 셈이다. 게다가 태창운수는 법정관리 중이니 산 넘어 산이다. 시내버스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노선 변경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아파트나 신택지가 생길 때 마다 노선에 굴곡이 생겼다. 이로 인해 배차 시간은 길어졌고, 시간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운행으로 조기 출발, 결행, 신호위반, 난폭운전이 성행하게 된 것이다. 시내버스를 택시처럼 이용하려는 시민들의 욕심도 한 몫 했다.
 

 원주시는 노선 개편을 위해 2013년 용역에 착수해 2015년 7월 완료했다. 그런데 태창운수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노선 개편은 무산됐다. 그렇다면 노선을 개편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시내버스 이용 활성화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 시내버스 이용자가 늘어야 운수업체 운영이 원활해지고, 운수업체 종사자 처우도 개선될 수 있다. 그동안은 이러한 선순환을 역행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앞으로 시내버스 정책의 초점은 철저하게 이용 활성화에 맞춰져야 한다.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를 갖추면 자가용 이용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곧 교통사고 감소, 대기오염 방지, 주차장 신설예산 절감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노선은 과감하게 개편해야 한다. 당장은 환승 불편에 따른 노인들의 불만이 제기되겠지만 과감한 개편이 아니고서는 대안이 없다. 민원을 감수하고라도 과감하게 개편해야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