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장차 원주를 바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시작된다.
이 불규칙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움직임의 진원지는 원주시문화재단에서 추진하는 청년문화플랫폼 '청년마을'이다. 청년들의 삶의 질 문제가 사회문제가 된지는 오래다. 청년들은 부모세대가 가졌던  직업선택의 기회 등 시민적 자유를 누릴 권리를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다. 통계수치가 말해주는 강원지역 청년들의 삶은 더 어둡다. 18개 시·군에서 그나마 원주가 조금 형편이 나은 지경이다.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청춘은 원래 아픈거라며 자기계발의 처방만 주었지 그들이 놀고 고민을 나누고 도전할 장소와 기회를 줄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원주의 날갯짓이 시작된 것이다. 청년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시 등에서는 실험을 넘어 성과를 내고 있는 이 플랫폼 사업은 꽤 오래전부터 청년들의 바람이었다.
 

 그러면 왜 원주에서 시작되었을까? 일자리 등 경제적 기회가 상대적으로 충분해 청년인구가 가장 많은 점이 객관적으로 유리한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원주청년들 스스로 자기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혁신적인 시도들이 일찍 시작된 점이 뿌리이다. 지금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미로시장'이 청년들의 도전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다음으로 청년문제를 지역사회의 핵심으로 파악하여 능력 있는 기획자를 초빙하는 등 문제해결 능력을 축적시켜 간 반응성 높은 지역정치와 이를 성원하는 시민사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도시의 발전에서 인프라가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그와 같은 간접자본에는 중후장대한 하드웨어가 있다. 그러나 으뜸가는 인프라는 사회 속에서 다양하게 결속하며 문화통합을 이루어가는 시민들의 결사체다.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서 시민사회의 공동체적 기초체력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야 공정한 시장경제가 이루어지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참여와 도전이 꽃피우게 된다.
 

 일부 지역은 시민문화를 정치에 귀속시키려 하거나 진영논리로 사회를 나누려 한 다. 이는 자원배분과정을 왜곡하면서 사회의 기초를 앙상하게 뼈만 남기게 한다. 이런 지역은 대체로 정치인들과 지역유지들이 성장연합을 구축해서 퇴행의 길을 걷게 된다.
 

 이제 원주는 중세 암흑기에 르네상스를 선구했던 '피렌체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원주의 실험이 강원도 전 지역을 뒤흔드는 태풍이 되어 우리 지역이 경제가 살아나고 정치가 착해져 살기좋은 지역이 되길 꿈꾸어 본다.

유정배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센터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