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 구축 못하면 벼 2천톤 모두 사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벼 수매 대란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남원주·판부·신림농협이 생산한 산물벼 2천여톤이 수매가 안 돼 버려질 판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3개 지역농협이 연합DSC(벼 건조저장시설)를 확충하는 것인데 국·도비 지원 여부가 관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호저농산은 올해 3개 지역농협의 산물벼를 받지 않을 예정이다. 3개 지역농협으로부터 벼를 수매해 판매해온 호저농산은 쌀값 폭락으로 2015년과 2016년 10억원 가량의 적자를 봤다. 

민간이 운영하는 미곡처리장이기 때문에 수억원의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지난해에도 수매를 포기하려 했지만, 농민과 원주시의 요청으로 수매가를 낮춰 산물벼를 수매했다. 

하지만 올해 3개 지역농협이 수확한 벼는 판매처가 없어진 상황이다. 이에 남원주·판부·신림농협은 흥업면 대안리에 연합DSC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7천100여㎡ 규모이며, 6개 면·동 수도작 농가의 벼 수매를 해결할 계획이다. DSC를 갖추려면 25억7천여만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3개 지역농협이 이 자금을 전액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것. 50%는 국·도·시비 지원을 받고 나머지 50%는 자부담으로 추진할 계획인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에 시설자금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관련 지침이 없고 예산 여유가 없어 불가하다고 지난달 원주시에 통보했다. 

강원도에도 시설자금을 요청했지만 올해는 동계올림픽에 추가경정 예산이 전액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원주시 요청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지역농협 관계자는 "3월 초 강원도 관계자와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했다"면서도 "국비 지원 없이 도비 지원은 불가능해 강원도는 국비 지원을 먼저 신청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국·도비 확보가 어렵자 농민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A지역농협 조합원은 "보름 동안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쏟으면서 농민 생계가 달린 문제에 10억원도 지원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농촌은 무너지는데 올림픽만 챙기는 정부나 강원도는 농심을 너무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농민들은 국·도비 지원이 불가하면 정부와 강원도 항의 방문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예산지원이 불가하면 원주시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천여톤의 산물벼 수매가 불발되면 그대로 사장돼 버리는데 DSC 구축 없이는 매년 똑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 3개 지역농협 수도작 농가와 가족까지 합하면 수백명 이상이 소득활동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