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7시에 맞춰 놓은 알람이 울리자 눈이 번쩍 떠지며 머릿속에선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허둥대는 나를 발견한다. 쌀쌀한 날씨가 지속되던 12월 초순의 어느 날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곤히 자는 아이를 깨우면서 "어제 말했지? 엄마 오늘 녹색어머니 하러 가야해~ 얼른 일어나서 밥 먹고 엄마랑 같이 학교 가야지?"라고 말하자 평소 같으면 일어나기 싫어서 뭉그적 대던 아이가 동작이 빨라지며 같이 흥분한 모습이다.
 

 밥을 먹고 아이 옷을 챙기고 단단히 옷을 여며 입고 오전8시가 안된 시간에 집을 나서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10분 정도. 둘이 손을 잡고 걸어가며 물어봤다. "엄마가 녹색어머니 봉사하는 게 좋아?"라고. 그러면 아이는 씩 웃으며 "너무 좋아요"라고 이야기 해준다. 평소 등교시간보다 훨씬 더 일찍 서둘렀지만 아이는 엄마와 함께 가는 등굣길이 좋은 모양이다. 일년에 2~3차례 나에게 돌아오는 녹색어머니회 봉사날은 약간의 귀찮음 그리고 긴장감, 설렘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든다.
 

 하지만 아이가 너무 너무 좋다는 말 한마디에 나 역시 그래 일년에 몇 번, 아침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년에 이어 2학년에 올라가서도 어리바리한 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자청한 녹색어머니 봉사. 아침8시부터 시작되는 교통지도 봉사는 아이들이 등교를 마치는 8시40분까지 이어진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추운 겨울에 조끼와 깃발을 들고 서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노라면 손이 얼고 다리가 뻣뻣해지면서 꽤 힘들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학교 앞은 차량 정지선에서 횡단보도까지의 거리가 꽤 길다. 아이들의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이 많이 높아졌는지 거의 모든 차량이 정지선을 지켜 신호를 준수한다. 녹색어머니 봉사활동을 하면서 학부모가 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그리고 별로 관심도 가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과연 등교시간에 학교 앞을 지나면서 아이들의 안전에 신경을 써 왔는지, 그리고 정지선이나 신호를 잘 지켰는지 돌이켜 보곤 했다. 예전에는 학교 앞에서 교통봉사를 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내가 생각났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은 녹색어머니회 그리고 평소 봉사활동을 해주시는 어르신 봉사대 또 학교 지킴이 선생님, 교장선생님을 포함한 선생님들까지 많은 분들의 수고로 지켜지고 있다. 나는 비록 하루만 나와서 수고하는 것이지만 다른 분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수고해 주시는 모습을 보며 잠깐의 수고로 불평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곤 한다.
 

 봉사활동을 마칠 시간이 될 즈음 1천명이 넘는 아이들이 무사히 학교로 등교한 모습을 보면서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친구와 재잘 거리는 아이들과 이따금 눈이라도 마주치면 씩 웃어주는 친구들도 있고 가끔 인사라도 건네는 아이들이 있어 몸은 힘들지만 나 혼자만 알아주는 보람을 느끼곤 한다. 누가 그렇게 알아주는 일도 아니지만 모든 아이들이 나의 조그만 수고가 보탬이 되어 안전한 등굣길이 되었다는 생각에 혼자 자화자찬을 하기도 한다.
 

 일년에 몇 차례 등굣길 정문을 지키면서 세상의 고마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줬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만 생각했던 마음은 우리를 생각하게 되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해준 값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과 안전하고 따뜻한 등교시간을 공유했단 생각에 절로 미소도 지어졌다.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아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어진다.

이혜원 구곡초교 녹색어머니회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