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래면 주민자치센터 내 북카페에서 주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시골마을에 사는 60~70대 어르신들이 독서동아리를 만들었다. 지난 6일 노인 24명이 귀래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매월 첫째 주 월요일 오후2시 모여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로 했다. 

동아리 이름은 '귀래면 100년 독서동아리'이다. 서울에서 목회활동을 하다 고향인 원주로 내려온 김동섭(78) 목사가 작년부터 모임 설립을 주도해왔다. 김 목사는 자신의 애마인 사륜오토바이에 태극기를 달고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란 문구를 새기는 등 귀래면에서 독도 사랑운동과 청소년 장학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그를 '독도할아버지'라고 부른다. 평생 독도가 한국영토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모아놨는데 독서모임을 만들어 이를 널리 홍보하는 것이 취지였다. 게다가 타고난 독서광이어서 이웃들도 책을 가까이했으면 좋겠는 바람에서 모임을 만들게 됐다.

김 목사는 "우리가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다고 이야기 하지만 독서량을 보면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100년 독서모임이라고 정했는데 우리 세대부터 시작해 후손들까지 모임을 이어가 원주를 책 읽는 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인들에게 동아리 참여를 독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70대 어르신들이 주축이 됐다. 회원 중에는 책을 좋아해 동아리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사람도 있지만, 책을 손에서 놓은 지 오래돼 힘들어하는 회원도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한 손에 책 들고 다니기'란 특명이 부여됐다. 

▲ 지난 6일 첫 모임을 가진 '귀래면 100년 독서동아리' 회원들.

경로당에서 화투나 담소로 일상을 보내는 것 보다 책을 통해 몰랐던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손자·손녀에게 책 읽는 할아버지, 할머니로 기억될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많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도 좋고,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으면서 노년을 책읽는 재미로 보내고 있다. 

어르신들이 책 읽기 운동에 적극 나서자 귀래면 기관장이나 시의원들도 동아리 가입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김 목사는 "최근 곽희운 시의원을 만나 동아리에 가입해서 책을 안 읽으면 귀래면에 발을 못 붙일 줄 알라고 엄포를 놨다"며 "귀래면 주요 기관장들에게도 독서 운동을 강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귀래면 100년 독서동아리가 모임을 순조롭게 이끌 수 있었던 것은 귀래면사무소 박혜순 부면장의 도움도 컸다. 지난해 강원도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도전해 주민자치센터를 북카페로 만드는 데 일조했고, 주민들이 읽을 책은 시립도서관의 협조를 받아 책꽂이에 채워 놨다. 

심상일 귀래면 주민자치위원장은 "독도할아버지와 부면장님 덕분에 귀래면 새마을문고회도 독서회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며 "좋은 취지의 모임이라 생각해 주민자치센터 공간을 흔쾌히 북카페로 사용하도록 승낙했다"고 말했다. 

귀래면 100년 독서동아리는 1919년 민족대표 33인이 기미독립선언을 한 것처럼 33인의 회원을 모아 1기를 구성할 계획이다. 시골마을에서 시작된 독서운동이 들풀처럼 번져 원주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독서동아리가 체계를 확립하면 전문가를 초청해 북콘서트을 열 계획이며, 향후 책 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