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지원으로 치악산한우 할인판매에 들어갔지만 예년에 비해 판매량이 크게 저조하다.

도축 두수 줄고, 한우경락가도 큰 폭 하락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 시행으로 치악산한우 선물세트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공기업 직원, 국공립학교 및 사립학교 교사, 언론인과 그 배우자에게 적용된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제공하면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 적용 대상만 1천800만명이 넘어 작년 9월 28일 시행 후 한우와 화훼업계 등에서 큰 타격이 예상됐다. 

실제로 원주축협이 김영란법 시행 전과 후의 치악산한우 매출을 비교 분석한 결과 시행 전보다 판매량은 2/3, 매출은 절반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설에는 선물세트 2천308개가 팔려 2억8천769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올해 설에는 선물세트 854개가 판매되며 매출이 1억5천832만원에 머물렀다.

원주축협 하나로마트 이주형 점장은 "한우는 가격 특성상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 구성이 불가능하다"며 "10만원 미만의 국거리용 한우 선물세트나 사골 종류는 중량을 줄여 가격을 낮췄는데 예년에 비해 판매량이 90%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원주축협에서 판매되는 한우선물세트의 경우 10만원 미만 상품이 주로 팔린다. 지난해 설 선물세트 판매량 비중만 보더라도 전체 판매량 2천308개 중 1천37개가 10만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올해 선물세트 총 판매량 854개 중 10만원 미만은 194개에 불과했다. 10만원 미만 판매비중이 지난해 44%에서 올해 22%로 감소했고, 지난해 수량과 비교하면 843개 줄었다. 

선물세트 판매량 감소는 고스란히 지역 축산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설 선물 판매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원주축협을 비롯한 치악산한우 판매점들이 소 도축두수를 감축했기 때문. 원주축협의 경우 지난해 310두에서 301두로 9마리 줄였다. 이주형 점장은 "전년에 비해 도축 두수가 9마리 줄었는데 원주시 한우촉진 지원사업이 아니었다면 더 많이 줄였을 것"이라며 "치악산한우를 판매하는 다른 지역농협들의 도축두수는 더 많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김영란법으로 인한 축산업계 피해를 줄이고자 원주축협과 우리소영농조합법인, 치악산한우 코뚜레영농조합법인에 한우 포장재 비용 및 고깃값 일부를 지원했다. 이에 따라 치악산한우 등심은 20~21%, 국거리 및 다짐육 등은 최대 37%까지 할인했다. 이같은 지원이 없었다면 도축량을 더 크게 감축했을 것이라고 원주축협은 밝혔다. 

한편, 김영란법 시행은 한우경락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설 같은 대목이면 소 값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설 전후로는 낙찰가가 대폭 떨어졌다. 지난해 8월 말 원주 가축경매시장에서는 한우 숫송아지가 370만원 선에서 낙찰됐지만 올해 1월 송아지 경락가는 260만원 전후에서 가격이 형성됐다. 

한 치악산한우 농가는 "김영란법이 도입된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과 같이 법적용을 하면 앞으로 축산농가에 미칠 악영향은 누적될 것"이라며 "법 취지는 좋지만 축산농가 기반이 붕괴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