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주와 광주를 잇는 광주원주고속도로 개통과 수도권 전철 및 원주-강릉 간 복선 철도 사업 등으로 원주의 교통 수월성이 증가하고 수도권 접근도 훨씬 수월해지고 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의 유치 등도 원주 성장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원주의 인구가 34만 명을 돌파하며 증가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에 편승하여 원주시는 '인구 100만 명의 수도권 광역도시'를 목표로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원주시민 모두에게 최근 원주의 성장세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다만 원주의 발전이 수도 서울과의 거리를 얼마나 좁히는가에 집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구의 20%가 서울에, 절반이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된 인구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 서울과 지방의 구분은 단지 지리적 행정구역의 구분이 아니라 정치, 경제의 집중과 일상의 판단을 지배한다. '인서울'(in Seoul)은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사회를 양분하는 평가기준이 되었다.
 

 무엇보다 경제의 집중으로 인한 청년층의 지역이탈로 서울-지방 불균형은 더욱 고착화 되었다. 원주혁신도시의 2015년 지역인재 채용률은 9.2%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역사회의 사회문화적 기반 없는 서울과의 물리적 유착은 자칫 사회문화와 더불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서울에 흡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 지식(의료 서비스 포함)의 중심과 싱크탱크의 기능을 수행하는 지역의 공공재로서의 대학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대학 본연의 기능이외의 경제적 의미에서도 원주에서의 대학은 매우 중요하다. 원주투데이 보도(2016. 9. 5)에 따르면 이들 중 대학·대학원생, 대학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은 약 3만명에 달한다. 유동성이 큰 대학생의 수를 고려하더라도 대학 관계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 이들 대학은 지역경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역대학사회를 둘러싼 환경은 만만치 않다. 현재의 학령인구 감소추세를 고려할 때 현재의 서울-지방 이분법적 구분이 지속된다면 비수도권 대학의 존폐가 위협받을 전망이다. 학령인구의 감소에 대한 대응으로 교육부는 2023년까지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대학을 16만 명까지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정원감축은 불가피할 것이나 문제는 그 과정과 기준이다. 구조개혁 과정에서 취업률, 경쟁률, 재정 등 상대적으로 지역대학이 불리한 기준들이 적용되어 결과적으로 이른바 인서울 대학교들이 최대 수혜자로 부상할 것이다.
 

 대다수의 지방대학들은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일부 지방대학들은 법망의 허점을 뚫고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조성하거나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빚고 있다. 2011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구조개혁이 마무리될 경우 2030년까지 190여 대학이 퇴출되며 강원도의 인구 1만 명 당 대학 수는 2010년 0.157개에서 0.041개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한겨레, 2011. 6. 30).
 

 지방대학의 문제는 단순히 구성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1980년대 교육의 시장화와 정권의 이해를 반영하며 급속히 팽창한 것이 한국대학의 구조적 문제를 형성했다. 상지대 사례에서 보듯이 지방대학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오랜 적폐의 결과이다. 주요 대선 주자들도 대학의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들의 교육 공약은 서울대 폐지, 국공립대 반값 등록금, 입사 및 입학지원서에 출신학교란 삭제, 대학입시법제화를 통한 정권에 따른 입시제도 변경 등이 포함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치' 무대에서 지방과 대학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방의 대학위기는 해당 지역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단지 경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사회의 경우 서울로의 집중과 쏠림을 넘어 일방적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탈지방화는 서울에 근접하려는 물리적 투입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가꾸는 소프트웨어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원주의 대학들도 지역에 뿌리내린 공동체로 탈바꿈해야할 것이다.

김형종 연세대 원주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