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청년농업 육성정책을 발표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0·30세대 청년 귀농을 늘려 1만 창업농을 육성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청년 귀농을 시작한 뒤 5년차엔 농가평균 소득의 90%까지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관련 정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아직도 청년이 농업에 뛰어들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농식품부 발표에 의하면 전체 귀농인 중에서 청년 귀농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11.4%, 2014년 10.3%, 2015년 9.6%, 지난해 8.8%(잠정치)로 감소하고 있다. 귀농에 대한 꿈이 있어도 자본이나 전문지식이 부족한 청년에게 귀농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원주를 기반으로 한 청년들의 농업문화기획 모임인 그로어스(Grower's)는 청년농업의 막막한 현실에서부터 출발했다.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원주사무소에서 첫 모임을 가졌는데 강원도, 충청도, 경기도 심지어는 제주도까지 50여명의 청년농부들이 이 모임에 관심을 드러냈다.

 박영민 모임장은 "젊은 청년들이 농업이라는 분야에서 성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그 친구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어 그로어스 모임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임명 그로어스(Grower's)는 말 그대로 '~을 재배하는 사람'으로 풀이된다. 40세 미만 70명의 그로어스 회원 모두가 농업과 관련된 청년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자, 고구마를 재배하는 사람도 있고 지역 특산품에 승부를 거는 이도 있다. 국내에서 생소한 곤충 사업을 벌이는 회원도 있는데 각 지역에서 다양한 농업분야에 속한 청년들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농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와 목표를 공유하면서 어떻게 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지, 목표 달성을 위한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를 공유한다. 서로 멘토·멘티가 되어주기도 하고, 현재의 농업이슈를 살펴보면서 자신에게 접목해보기도 한다. 농업전문가를 초청해 특별강연을 청취하며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데 매 시간 토론으로 열기가 뜨겁다. 그렇게 해서 동기부여가 되면 그로어스 회원들이 개개인 목표 달성에 서로 힘이 되어주며 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로어스란 이름엔 그래서 '같이 성장한다(grow us)'란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모임 회원인 지창민 씨는 "똑같은 다래를 가지고도 재배하는 사람마다 고유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며 "농산품에 스토리를 부여해 이를 상품화하고, 유통단체와 결합해 실제 소득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노하우를 갖고 있는 회원이 코치한다"고 말했다. 단순 농업인 뿐만아니라 농업과 관련한 유통, 판매, 제품 디자인 등의 전문가들도 참여해 회원들을 돕는 구조라 서울시도 그로어스 모임을 벤치마킹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모임이 특이한 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보통 청년에게 '농업'이라고 하면 따분하고 귀찮은 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농업은 즐거움(fun)이다. 농사 애로사항은 같이 모여서 해결하고 영농활동은 최대한 즐겁게 하려고 노력한다.

 지난달 모임에서는 각 지역에서 나온 전통주를 갖고서 전통주 파티를 벌였는데, 어느 지역 향토주가 가장 맛있는지 서로 자랑하면서 낯섬에서 오는 어색함을 날려보냈다. 회원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멘토·멘티 역할을 자청하는 것도, 친밀감을 쌓아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회원들은 이야기한다. 단지 그로어스는 이러한 모임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친밀감이 형성되고 유대감이 깊어져서 서로 끌어주고 당기는 모임. 원주에서 시작됐지만 전국으로 확산돼 청년들이 농업으로 비상하는 것이 그로어스의 목표이다. 박영민 모임장은 "그로어스 구성원 모두가 동반 성장하고 농업의 꿈을 즐겁게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농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그로어스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했다. ▷문의: 페이스북에서 "grower's"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