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손현진, 최유경, 원미희, 임보람 대표.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구매와 마케팅활동을 함께 할 예정이다.

중앙시장 청년상인들 늘솜협동조합 창업 

장기간 불황이 지속되면서 지역 곳곳에서 문을 닫는 업소가 증가하고 있다. 가계의 실질수입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손님이 줄면서 불황을 견디지 못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부상조 정신으로 불황을 타계하려는 노력도 곳곳에서 눈에 띤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불황을 극복하는 사례가 원주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금이나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중앙시장 청년상인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 화제다. 지난달 22일 창립한 가칭 늘솜협동조합(이사장: 임보람)은 중앙시장 2층 수공예 공방 5곳이 참가해 설립됐다. 제니헤나, 쁘띠캔들, 달리, 민자's world, 즐거운협동조합이 주인공으로 이들은 금속, 캔들공예, 뜨개질, 미싱 제품 등의 10여가지 수공예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과 달리 30~40대 여성들이 디자인한 아이템이라 개성이 강하고 섬세해  단골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것은 해결과제이다. 민자's world 최민희 대표는 "청년 상인들이다 보니 자금이나 마케팅 부분에서 여력이 부족하다"며 "혼자서는 벅찬 일이라도 함께 하면 방법이 보일 것 같아 청년상인들이 뭉치게 됐다"고 말했다. 
늘솜협동조합은 공동작업에 관심이 많다. 수공예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재료 공동구매를 모색하고 있다. 각자 구입하면 비용부담이 크지만 협동조합을 통해서는 아낄 수 있기 때문. 수공예 제품 박람회에도 참가해 협동조합 제품을 홍보할 계획이다.

고객 확보를 위한 수공예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유럽의 장인들이 수공예 제품을 정성들여 제작하고 가르치는 것처럼 각 공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체계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적용하려고 한다. 손님들은 하루 수십여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한 번 점포를 방문할 때마다 장시간 수공예를 배우는 점을 착안해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할 계획이다.

한번 열릴 때마다 수천명이 방문하는 미로예술시장 관람객을 위해 관광·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임보람 늘솜협동조합 이사장은 "연합을 통해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공생을 모색하고 있다"며 "통상 개업 후 얼마되지 않아 문을 닫는 점포가 많은데 협동조합을 통해 한 곳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상점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 윤일호 대표가 일호협동조합 간판에 들어가 있는 '함께 걸어 좋은 길' 문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호감자탕, 6개 점포 협동조합으로 공생 

원주·횡성에 다수의 점포를 둔 일호감자탕도 협동조합을 통해 상생을 모색하고 있다. 일호감자탕은 원주에 9곳, 횡성에 1곳이 있다.  1996년 윤일호 대표가 일호감자탕을 창업한 뒤 친척과 지인 6명의 감자탕 창업을 지원했다. 지금은 10호점까지 늘어났다.

점포들은 통일된 맛으로 많은 단골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면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손님을 더 받으려는 욕심에 일부 점포가 레시피를 달리했기 때문. 상호는 같지만 맛이 다르면 그간 쌓은 명성이 무너질 수 있어 걱정이 많았다. 윤 대표는 "조금 더 맛있게 만들려는 욕심 때문에 음식점마다 미세하게 맛을 달리한 것으로 안다"며 "장기적으로 일호감자탕 명성에 해가 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고민했다. 각 지점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으면 본점의 엄격한 통제를 통해 제품 질을 균일화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신 각 가맹점은 본점에서 요구하는 제반사항으로 막대한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손쉬운 프랜차이즈 사업을 포기하고 협동조합을 모색했다. 가맹점이 받게될 '무거운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8월 일호협동조합을 설립해 공동주문, 공동생산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지금은 5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윤 대표는 "우산동 기계공구상가 뒤편에 협동조합 사무실 겸 유통지원센터를 구축했다"며 "각 조합원이 비용을 내 시설을 갖췄는데 이 곳에서 감자탕 음식재료를 만들어 조합원 점포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진 시험가동 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노하우가 쌓이면 시설을 본격 가동할 생각이다.

한편 일호협동조합은 20년 음식점 경험을 토대로 예비창업자을 위한 컨설팅 지원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음식점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인이 퇴직금으로 식당이나 차려볼까 했다가 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제가 가진 노하우를 제공해 성공 창업이 되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같이 협력해야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호협동조합 슬로건은 '함께 걸어 좋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