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밤, 나는 아내와 광화문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었다. 한국사회를 뒤흔들어 놓은 탄핵정국이 지나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으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광장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듯이 휩쓸고 다니면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분명히 한국사회는 새로운 격동의 변혁기에 들어서고 있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여러 차례 격동기를 겪어왔다. 그러나 한 세대를 30여년 기준으로 본다면 1세대는 한국전쟁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을 이어온 강력한 독재정부를 통한 국가자립의 시대였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사회를 새롭게 건설하기 위해 필연적인 과정일 수도 있었지만 국가주의를 위해 수많은 인권탄압을 견뎌내야 했다.
 

 그 후 2세대는 1986년 민주항쟁의 격변기를 통해 시작됐다. 오랫동안 국가주의에 억눌려왔던 시민들이 광장으로 뛰쳐나와 인간의 자유와 사회 정의를 외치며 민주주의를 외치던 시대였다. 그 결실로 대통령 직선제를 만들어냈고 한국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열망으로 국가성장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아마 한반도 역사에서 최고의 번성기를 맞이하여 60년 동안 16.5%의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세계무역의 6위까지 이르게 된다. 한마디로 황금의 시대였다. 돈이 판을 치는 시대였다. 새해인사도 '부자 되세요'라고 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 화려한 축제는 끝이 났다. Dynamic KOREA를 외치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외적 성장의 달콤함은 모두를 들뜨게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돈의 맛'은 우리사회의 내적 갈등을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건으로 시작해 최순실 사건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특히, 최순실 사건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더러운 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물며 가장 시대정신이 살아있어야 할 대학마저도 몇 푼의 돈에 눈이 멀어 자존심을 모두 시궁창에 빠뜨리고 말았다. 더 이상 우리사회에 지성인의 대명사로서 교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촛불로 뒤덮인 광화문 광장을 거닐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돈에 찌든 거만한 권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우리가 광장에 모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그 거대한 민심의 물줄기는 새로운 제3 세대를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새로운  30년의 시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사회는 외적 성장의 시대를 지나 내적인 성숙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그럼, 새로운 30년을 향한 시대의 주제는 무엇인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는 있다. 새로운 30년은 감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일 것이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머리와 육체를 대신한다고 해도 우리의 마음의 감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아무리 돈 많은 부자라도 감성으로 느끼는 행복을 살 수는 없다. 화려한 명품보다 정성어린 마음의 선물이 우리를 감동시킬 것이다. 혼자 소유한 황금빛 보물 보다 함께 공유하는 물건이 더욱 아름다울 것이고, 고급 아파트에 혼자 외로이 사는 것보다 부족해도 함께 마을에서 서로 나눠 먹으며 웃고 떠들며 사는 삶이 부러울 것이다.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초고층빌딩이 녹색의 아름다운 자연을 대신할 수는 없다.
 

 앞으로의 시대는 가치, 협동, 공유, 나눔, 감성, 생명, 자연, 이웃, 공동체의 시대가 우리의 화두가 될 것이다. 소비의 절정을 이룬 물질만능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되찾는 시대가 될 것이다. 2017년, 새해는 이런 새로운 시대의 첫걸음이다.
 

 한문으로 새로울 신(新)자는 서있는(立) 나무(木)를 도끼(斤)로 찍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때는 새로운 싹이 움트기 위해 아픔이 있을 수 있고, 격동의 시대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대가 격변하는 과정이 지나면 희망의 새싹이 피어나게 된다. 격동의 시대는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는 설렘도 함께하는 것이다.
2017년,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기대하며 우리 이웃들과 함께 사랑했으면 한다.

황도근 상지대 한방의료공학과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