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들을
 문제아인 양 낙인찍고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우리 사회가 가장 큰 문제…
 인식개선이 필요해요"

"제가 지켜본 학교 밖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찾고자 남보다 일찍 고민을 시작한 성숙한 청소년들이에요". 정순복 원장이 바라보는 학교 밖 청소년은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선입견이 아닌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가득 담겨있다.

정상어학원을 운영하는 정순복(50) 원장은 원주시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에서 중고등 검정고시반 영어수업을 맡고 있다. 매주 화요일 센터를 찾아 영어수업 자원봉사를 해온지 2년이 되어간다.

꿈드림센터는 정규 학과과정을 거치지 않은 학생들이 검정고시 등의 학습과 취미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다.

많은 원생이 다니는 학원을 운영하면서 매주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정 원장은 매주 학생들의 수업을 정성껏 준비한다. 수준별 일대일 지도와 함께 검정고시 문제 외에도 대학진학을 계획하는 학생들을 위해 수능 기출문제로 꼼꼼하게 챙긴다. 또한, 원어민수업을 접하기 어려운 센터 아이들을 위해 원어민강사도 초빙해 함께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렇듯 그녀가 학교밖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정성을 쏟는 데는 큰아들을 양육했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중학교 시절 학교공부에 흥미가 없었던 큰아들은 점점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낮은 성적에 선택의 폭이 적었기 때문에 성적에 맞춰 억지로 고등학교를 보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2학년 때 학교를 자퇴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정 원장은 아들의 진학을 고민하던 중 한국YMCA원주고등학교로 보냈다. 당시 학교밖 청소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졌던 그녀는 아들이 YMCA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남들에게 말하길 꺼려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점점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아들의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양육방법이 잘못됐음을 깨닫게 됐다.

정 원장은 "제가 어릴적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는데, 아들도 똑같이 가르치려 한 게 오히려 거부감이 들게 했던 것 같다"며 "이곳에서 변해가는 아이를 보면서 어쩌면 이곳의 아이들은 부모가 제대로 아이의 욕구를 읽지 못했던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첫째는 저에게 잘못된 양육에 대해 깨닫게 해준 거울이자 교과서와도 같은 존재"라며 "학교밖 청소년이라 불리는 아이들도 어쩌면 그들의 욕구를 제대로 알아주는 이 없이 표현하지 못한 것뿐인데 문제아인냥 낙인찍고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사회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수업시작 전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친근하게 다가간다.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아들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녀는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이곳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저마다의 꿈과 사연이 있다고 말한다.

골프선수를 꿈꾸며 불필요한 수업과정을 듣고 싶지 않아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운동에 매진하거나, 가정형편 상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 센터에 다니거나 외국생활 후 한국 입시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 등 다양한 청소년이 찾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 공부하고 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한 이들의 공부 열정은 대단하다.

정 원장은 "이곳에 온 친구들은 모두 나름의 꿈을 찾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영어성적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수업에 더욱 신경쓰게 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학교밖 청소년들이 사회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학교밖 청소년이 문제 있는 아이들이란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일반 입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아이들은 누구나 이곳에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