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문화센타 한글사랑반에서 한글과의 사랑에 푹 빠진 박복이 할머니(85세)는 "요즘 매일 아침 눈뜨면 글씨쓰기 연습을 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평생 학교는 다녀보지 못했고 한국전쟁 때 군인이던 남편을 따라 고향인 경상남도 함양군을 떠나 원주로 오게 되었다. 늘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5남매를 키우며 삶의 여유가 없다보니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막내딸의 도움으로 한글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을 배우기는 힘든 나이라고 그림을 배우라고 해서 그림을 시작해봤는데 재미가 없었다. 글공부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아서 결국 한글교실에 등록하게 되었다"는 할머니는 3월부터 한글공부를 시작해 방학기간을 빼면 8개월 가량 공부를 했다. 배운 내용을 집에서 복습하고 딸이 공책에 적어주는 글자들을 따라 적는다고 한다. 그렇게 연습한 공책이 30여권이다. 아직 쓰기는 서툴지만 읽기는 잘 한다는 할머니는 받침을 완전히 익힐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배움에 임할 생각이다.
 

 "천원을 내고 오백원의 거스름을 받는 돈 계산은 잘 하시는데 수학으로 적어 놓으면 셈을 못하셔서 답답하다"는 할머니의 막내딸은 "한글사랑반 교실에서 엄마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도 놀랍고, 엄마를 지도하는 선생님의 끈기와 인내에 놀란다"며 "앞으로도 옆에서 최선을 다해서 돕겠다"고 전했다.
 

 평상시 말로 할 수 없었던 속말을 언젠가는 꼭 글로 전하고 싶다는 할머니는 "힘들게 살아오면서 가슴에 묻어 두었던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글로 꼭 전하고 싶고, 자식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편지로 적어서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요즘 같이 추울 때는 아침에 일어나 버스를 타고 공부하러 오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한글교실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면 힘든 것도 아픈 것도 다 잊는단다.
 

 "건강이 도와주는 날까지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싶다. 공부를 통해서 삶의 마지막 정리를 잘 하고 싶고 회환을 털어내고 싶다"는 박 할머니는 판부면 서곡리에서 임종두(93세) 님과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