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유통상생발전협의회 위원으로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의무휴업일의 평일 변경에 관한 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그날 위원회는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시키는 안을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켰다.

 전통시장 측이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대형마트 측이 당근을 제시해 2015년 11월 1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로부터 1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은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큰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형마트가 제시한 전통시장 상인자녀 우선채용이 미미한데다, 비정규직이고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 이용을 유도하는 홍보도 생색내기 정도였다는 평가다. 또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 하는 행사도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상생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1년이었다. 전통시장이 발전하려면 대형마트의 온정주의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 수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유통채널의 변화로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이다. 정부의 시설 현대화 등 지원사업이 일시적으로 고객 방문을 유도하기는 하였으나 실질적인 구매행위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중앙시장이 최근 보여준 새로운 행보는 전통시장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앙시장은 문화관광형 시장사업, 청년상인 지원사업, 청년몰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2층에 70개의 청년점포가 자리 잡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찾고 있다. 전통시장에 입점한 청년점포 규모는 전국 최대이다. 또한 기존 전통시장 상인들과도 조화를 이루어 2016년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 우수시장으로 선정됐다. 이는 중앙시장 번영회를 중심으로 한 시장 구성원들이 일치단결하여 창의적인 발상과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이루어낸 값진 열매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중앙시장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발전을 모색하는 지혜로움을 발휘하였다. 지난 7월에는 원주여고 동아리 예그리나의 도움을 받아 멋진 벽화를 선보였다. 가게 '예술상점 무용담' 옆에는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과거 어두웠던 중앙시장에서 활기찬 현재 모습으로 변모한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다. '청운식당' 벽에는 중앙시장 2층에 있는 여러 상점들이 하나의 건물처럼 표현되어 '미로'라는 장소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아울러 중앙시장은 한라대학교와 전통시장 대학협력사업을 공동 추진하였다. 먼저 전통시장활성화 대학생홍보단을 통하여 먹고(전통음식 '2030' 먹방터 개발, 먹방 레시피 개발 등), 즐기고(매월 11일 전통음식 젓가락DAY 행사 개최, 전통시장 연계 지역문화 투어 등), 담아서(전통시장 앱 개발, 동영상 제작 및 업로드 등)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실행에 옮겼다. 또한 '대학생 해설사와 함께 하는 전통시장 연계 원주도심여행' 행사도 개최했다.
 

 이에 더하여 중앙시장은  중소기업청에서 시행하는 2017년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에 선정되어 옥상 방수 작업, 아케이드, 전기시설, 상하수도 시설 등의 본격적인 시설 현대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중앙시장의 이러한 화려한 부활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번영회를 비롯한 시장 구성원들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활로를 창의적으로 개척하였기에 가능했다. 또한 정부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한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역대학을 비롯한 지역사회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데 성공하였다.
 

 이제 다른 전통시장들도 중앙시장의 성공을 거울삼고 벤치마킹하여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창의적인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소비자들도 무턱대고 대형마트만 찾을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에서 풍성한 쇼핑을 누리며 다양한 즐길 것을 즐기는 한편 우리의 전통시장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일석이조의 지혜를 발휘하시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