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원주시립중앙도서관 전시실에서 필자의 개인전이 있었다.
　"도통 이게 무슨 그림인지 이해 할 수가 없어…. 너무 어려워…" 필자의 작품을 감상하던 관람객들에게서 자주 듣던 말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공개적으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가졌었다. 그동안 관람객과의 소통에 무관심 했던 것에 대한 자성적 측면과 필자의 예술관과 작품소개를 통해서 현대미술의 원리를 소개하고 싶어서였다.
　왜 일반인들은 현대미술을 난해하고 어렵다고 느낄까? 가장 큰 이유는 '미술개념의 변화'에 대한 이해부족과 미술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미술작품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내용과 이야기(서사성, Narrativity)를 확인하려한다. 그리고 미술작품의 가치가 아름다운 것(심미성, Eaesthetic impression)이어야 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물론 '미술'이라는 용어 자체에 아름다움(美)이라는 의미가 강제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미술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술 개념의 변화에 대한 역사적 이해가 필요하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본질은 대략 세 가지 관점으로 정리 될 수 있다. 그것은 '모방론' '표현론' '형식론'이다. 첫째, '모방론'은 고대 그리스시대(기원전5,4세기경)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주장되기 시작하여 르네상스를 거쳐, 18세기 '신고전주의(No-classicisme)'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던 미술개념이다. '모방론'의 중요한 가치기준은 '재현의 정확성' '수학적 비례와 이성적 규칙'이다. 즉 얼마나 대상의 외적 형태를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느냐 하는 것과 그 대상이 무엇을 이야기(도상학, Iconography)하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다. 미술에 있어서 '모방론'의 위력은 이천년이 넘는 역사만큼이나 여전히 강력한 권위를 가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미술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도 이러한 장구한 역사적 경험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표현론'은 19세기 혁신적인 예술 사조였던 '낭만주의(Romanticism)'를 배경으로 탄생한 미술개념이다. '표현론'은 '모방론'의 가치기준을 벗어나서 예술가의 감정이나 지적상상력을 표현하는 방식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모방론'이 예술작품에 담겨지는 '대상'에 집중했다면, '표현론'은 '예술가'에게 주목했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미의 가치기준의 다양성을 가져오게 했다. 세 번째 관점은 '형식론'이다. 19세기 말 '추상미술(Abstract Art)'의 등장 이후 새롭게 주장되어온 미술개념이다. 즉, 미술이 '점, 선, 면', '색과 형'의 형식적 관계를 통해 구현되어 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명 '예술을 위한 예술(art for art's sake)', 예술지상주의이다.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이 순차적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특정 시대에 각각의 미술개념들이 강조되었다는 의미이다.
　현대미술 안에는 이러한 세 가지의 입장이 다양한 양상으로 혼재되면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현대미술은 '모방성'이 아닌 '표현성'과 '형식성'에 훨씬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나아가서 '표현성'과 '형식성'은 '아방가르드(Avant-grade)' '독자성' '창의성' '순수성'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현대미술의 핵심적 개념이 되었다. 따라서 여전히 '모방성'이라는 미술 개념에 친숙한 일반 관람객 입장에서 현대미술은 점점 더 난해해지고, 해독하기 어려운 불쾌한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현대미술에도 나름의 해독 방법이 있다. '표현성'에 기초한 작업이든지 '형식성'에 기초한 작업이든지 상관없이 모든 작품에는 '제작의 원리'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일명 작품의 알고리즘(Algorithm)이라고 부르는 '제작의 원리'가 있다는 것은 '해독의 원리'도 있다는 것이 된다. 즉, 난해하게만 보이는 현대미술도 작품의 알고리즘을 이해하면 어렵지 않게 작품을 감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특정한 처리를 수행하는데 사용되는 명백히 정의된 일련의 단계를 말한다. 미술에서의 알고리즘은 작품의 개념(내용)이고, 설계도(형식)인 셈이다. 모든 작품의 예술적 진술에는 이러한 알고리즘이 있다.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 알고리즘의 형성 유무는 전문성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대미술의 이해는 작품의 제작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