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청 주차장에 설치된 임산부 주차구역은 2면에 불과하다.

시내버스, 배려석 없어 노인에게 자리 양보
관내 공공기관 및 공공시설에 임산부를 위한 전용 주차구역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임산부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는 원주시가 정작 임산부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임산부 배려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 6월 새누리당 박순자 국회의원(경기 안산시 단원구을)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산부를 위한 전용주차구역의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각 지자체장들은 임산부가 신청하는 경우 임산부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를 발급해 임산부의 이동편의 증진 및 사회활동 참여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임산부 주차구역이란 산모의 체형 등 불편함을 고려해 장애인주차구역과 마찬가지로 가로 3.3m, 세로 5m 면적으로 일반면적의 1.4배로 조성하며 분홍색으로 표시한다. 하지만 임산부 주차구역은 설치 의무사항과 같은 법적 규제가 없을뿐더러 지자체마다 자체적으로 조례를 규정해 운영하고 있다. 원주시의 경우 이와 관련된 조례가 제정되어 있지 않아 각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설치하도록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원주시 공공기관 및 공공시설에서 임산부 주차구역을 찾아보기란 매우 힘들다. 원주시청을 살펴보면 전체 주차면수인 1천52면 중 임산부 주차구역은 지난 2012년 조성한 2면이 전부다.

차량 299대가 주차 가능한 보건소 주차장도 임산부 주차구역은 1곳뿐이다. 보건소의 경우 임산부들이 산전검사, 엽산제 지원 등을 받기 위해 하루 평균 20~30명씩 방문한다. 출산준비교실 등 특강이 있는 날에는 최대 6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용 주차구역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임신 8개월차인 A 씨는 "산부인과는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임산부 전용주차구역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며 "일반 주차장의 경우 만삭의 임산부는 공간이 좁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조성된 임산부 주차구역도 임산부들이 편하게 이용하긴 어렵다. 임산부 배려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임산부 주차구역에 일반차량이 주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이럴 경우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주차와 달리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산부들은 공공기관보다 오히려 여성전용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할 때가 더 편리한 상황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임산부들도 불편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원주 시내버스는 임산부 배려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노인 및 장애인, 임산부는 함께 노약자석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노약자석은 주로 노인과 장애인이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임산부들은 이용을 꺼려하고 있다.

임신 5개월차인 B 씨는 "노약자석은 대부분 노인을 위한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 초기 임산부들은 되려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핀잔을 듣기도 한다"며 "임산부 배려석이 설치된다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 지자체에서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임산부 배려를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는 지난 9월 출산장려 차원에서 공공시설 3곳의 여성주차구역에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타 지역에서도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에 핑크색 커버를 씌운 임산부 배려석을 조성하는 등 임산부 배려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 확산에 힘쓰는 상황이다.

반면, 원주시의 경우 여성친화도시로서 여성과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조성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임산부들은 관련 정책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원주시는 여성친화도시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임산부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수희 기자  nmpry@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