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34명의 고운 목소리가 백운아트홀을 가득 메웠다.  1천여명 관객은 흐믓하게 바라보며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3곡의 합창이 끝나고 원주시자원봉사청소년합창단이 공손히 인사하자 일제히 박수가 쏟아진다. 

지난해 3월 백운아트홀에서 열린 원주시 자원봉사 출발식 때의 모습이다. 성악을 배우지 않은 평범한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원주시자원봉사합창단.

매년 상애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읍면동 작은음악회, 소외계층,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등에서 환상의 하모니를 선사하고 있다. 10여분의 짧은 공연이지만 관객들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잠시나마 어린시절을 돌이켜보기도 한다.

하지만 합창단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이성민(40) 단장의 마음은 여유롭지 않다. 공연 전 아이들의 옷매무새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머리를 단정히 빗겨준다. 행여 아이들이 실수해 울음을 터트리지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재작년 합창단을 창단한 뒤 작년 3월 백운아트홀에서 첫 공연을 했는데 이 때 이 단장의 가슴은 초조함과 뭉클함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2010년 어린이합창단이 생기고 꾸준히 활동하다 내부문제로 해산위기를 겪었다"며 "짧은 기간에 새로 합창단을 구성해 어렵게 선 공연이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활동했던 원주시자원봉사어린이합창단은 내부 사정으로 2014년 와해 위기를 겪는다. 합창단에 참여했던 어린이 단원들이 이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 어머니들은 자녀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합창단을 창단하기로 결심했다.

피아노와 악보, 연습공간 등 모든 것을 스스로 마련해야 했다. 합창단 운영비용이나 시간을 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을 독려하며 한 명 한 명을 보듬는 일이 중요했다. 굿네이버스 봉사단체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지도한 이성민 씨에게 단장의 책임이 부여됐다. 

이 단장은 "굿네이버스 강사로 활동하면서 미술치료 봉사를 했던 것을 어머니회원들이 좋게 보신 것 같다"며 "단장이 되니 제 자녀보다는 모든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게 가장 보람되면서도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전문가 수준의 발성과 화음을 아이들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각 단원 어머니들이 자녀에게 따듯한 기운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작년 말 노인복지시설에 찾아가 공연을 했는데 어르신들 분위기가 너무 침울해 아이들도 힘들어했다. 올해도 같은 시설을 방문할 계획인데 아이들이 더 밝은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어머니들이 율동이며 의상준비에 한창이다. 

이 단장은 "첫 공연을 할 때 아이들이 수화공연도 같이 했는데 엄마들이 하나하나 지도해주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이 잘 따라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힘든 면도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그녀의 꿈은  지금의 어머니들이 그러하듯이, 아이들도 합창단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또 하나의 부모로 자라나는 것이다. 이 단장은 "제가 어렸을 때 합창단에서 배웠던 노래를 내 아이들이 잘 때, 놀아줄 때 불러주곤 한다"며 "합창단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지속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사회에서 좋은 인성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