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인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최순실의 딸 최유라의 대학 부정입학 보도에서 시작된 사건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을 위한 대기업에 대한 강제모금, 청와대와 정부부처 인사개입, 그리고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의 수정과 정책결정에 관여한 정황 등이 속속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개발도상국 원조모델이라며 내세운 'K-aid'에도 관여했고 외교 전반에도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개성공단폐쇄 등 대북정책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사업 이권에도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설마 했던 의혹들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쏟아지는 관련 속보 속에 국정농단의 끝을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강원도와 연관된 현안들도 적지 않다. 최순실과 정윤회가 강원도 평창에 40만㎡이 넘는 수백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제는 부동산 매입금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순실 모녀는 평창의 부동산을 담보로 외화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둘러싼 이권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들도 제기되었다.

올림픽 시설물의 사후 활용에 대한 이권, 주요 시설물 건설 이권에 개입했고 이를 위해 조양호 전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의 교체에도 직접적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들이 보도되고 있다.

최순실 연관 예산의 집행 중단이 예상되는데 이로 인해 평창올림픽 관련 예산에도 불똥이 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빙상장 등의 경기장 유치와 활용은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도내 핵심 현안 중 하나이다. 

아울러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움직여 최순실 일가의 이익을 위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추진했다는 의혹이 회기된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평창올림픽과 연계하여 산지관광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 건설과 산악승마장을 제안했다는 의혹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이번 게이트에서 조직적이고 집중적으로 개입했던 문화관광체육부는 친환경케이블카 확충을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환경영양평가서가 조작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그간 박근혜 대통령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직접 관심을 표명했으며 논란이 된 JTBC가 입수한 태블릿 PC에도 관련 문서파일의 존재가 보도되었다. 강원도 발전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강원도민의 열망이 유린당한 셈이다. 

최순실 일가와 그의 수족이 되기를 자처하여 국정농단을 도운 일당에 대한 법의 준엄한 심판이 있어야할 것이며 이들이 축척한 부정 은닉자산에 대한 철저한 환수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정농단이 개인의 일탈과 범죄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위가 정당한 목적과 절차를 통해 행사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시스템을 무시하고 사익을 위해 통치 권력으로 전횡했다. 그 과정에서 정직하게 노력하고 경쟁하던 이들의 정당한 권리가 빼앗기고 경제와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는 날로 위태로워졌다. 

고 지학순 주교께서 원주에서 부정부패 규탄시위를 열고 최초로 가두시위에 나선 것이 1971년이었다. 1972년 유신쿠테타를 계기로 더욱 노골적인 박정희의 인권과 민주주의 탄압이 이어지던 1974년 지학순 주교는 양심선언을 통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유신체제에 당당히 맞섰다.

유신에 의한 민주헌정의 파괴를 묵과할 수 없었던 지학순 주교의 외침은 원주를 넘어 전국적인 역사적 울림이 되었다. 박정희의 딸에 의해 다시금 맞은 민주헌정에 대한 유린에 대해 또다시 분노하고 있는 시점이다.

10월 31일에 원주시민연대를 비롯해 20개 단체들이 최순실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한데 이어 지역 대학교수의 시국선언이 뒤따랐다. 11월 5일에는 시민단체와 학생, 시민들이 옛 감영터에서 '국민기만, 국정농단, 민주주의, 헌정질서 파괴 박근혜 퇴진 촉구 원주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앞으로도 전국적 규탄대회와 더불어 원주에서도 박근혜 정부 규탄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원주시민의 분노는 정당한 양심의 표현이다.

김형종 연세대 원주캠퍼스 국제관계학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