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05년부터 수도권 집중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자립형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있다. 원주혁신도시는 2015년부터 공공기관 이전이 시작돼 내년 초까지 13개 이전 예정기관들이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그런데 올해 국회예산정책처가 조사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 평가' 결과를 보면 원주혁신도시는 지역인재 채용비율이나 계획대비 직원 이주율, 가족동반 이주율 등이 타 혁신도시에 비해 저조했다.  원주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현황과 지역정착 애로점, 지역상생 협력이 미흡한 원인을 취재했다.

계획대비 이주율 저조 

전국 11개 혁신도시와 공공기관의 개별이전 규모는 107개 기관, 3만9천165명이다. 이중 지난해 말 기준 3만2천355명(82.6%)이 지역으로 이전했다.

계획대비 직원 이주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구(93.7%), 경남(93%), 경북(92.5%), 광주전남(90.7%)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원 이주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충북(54.6%), 제주(69.3%), 강원(71.8%)순으로 조사됐다. 

원주혁신도시에 임직원 이주율이 저조한 이유는 미이전 기관이 존재하고 이전을 완료한 기관도 사업지연, 직원 퇴사·이직 등으로 계획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이전 대상 107개 기관 중 계획대비 임직원 이전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획인원은 2천39명인데 이전인원은 1천39명이어서 이주율이 42.6%에 그쳤기 때문. 이는 1·2차 단계별 이전계획에 따라 1차 이전계획 인원만 이주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동반 이주율 최하위 

국회예산정책처가 이전을 완료한 89개 기관을 대상으로 가족동반 미혼독신, 단신이주, 출·퇴근으로 내역을 구분하고 조사한 결과 전국 기관의 가족동반이주율은 26.6%으로 나타났다. 가족동반 이주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개별이전 기관(40.3%), 부산(38.6%), 제주(36.7%)순이었다.

반면, 가장 저조한 지역은 충북(17.5%), 강원(18.8%)으로 나타났다. 개별이전 기관을 제외하면 원주는 11개 혁신도시 중   10번째로 낮아 최하위 수준이었다. 

또한 가족동반 이주율이 가장 저조한 10개 공공기관 중 2개 기관이 원주 기관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가족동반 이주율이 10.8%여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광주전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전북)에 이어 가장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교통공단 또한 가족동반 이주율이 13.0%로 나타나 꼴지에서 6번째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본부 순환근무, 가족부양 및 자녀교육 등으로 이주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로교통공단은 자녀교육·맞벌이부부 등으로 단신이주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장 리더십도 부족 

전국 89개 이전기관 중 기관장이 해당 지역에 주소지를 이전한 경우는 56개로 62.9%였다. 원주혁신도시는 지난해 말 9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는데 9개 기관장 모두 원주에 주소지를 두어 이주율이 100%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관장들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1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혁신도시 중 충북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아 리더십 부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관장들의 주소지 미이전 사유를 ▷자녀교육·동반가족으로 인한 단신 지방이전 ▷3년 임기직으로 인한 미이전 ▷수도권 업무 수행 등으로 인해 이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직원들의 지방이전과 가족동반 이주율이 저조한 것은 중앙정부의 이전 지원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중앙정부가 완료하지 못한 이전 지원들은 ▷우수한 교육환경 조성(우수학교 적극 유치, 영재교육기관 우선 설치 지원 등) ▷양질의 정주여건 조성(종합병원 신설 및 이전 지원) ▷경제적 직접지원(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조기 희망퇴직·명예퇴직 허용) ▷원활한 업무 수행 지원 등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이전지원도 미흡 

정부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도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을 적극 지원해야 하지만 현실은 미이행 과제가 수두룩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원도와 원주시의 미완료 지원 과제는 직원 이전이나 가족동반 이주율을 낮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완료 과제는 ▷수도권 잔류 대학생에 대한 강원학사 입사 추진 ▷대학원 진학시 특례입학 지원 ▷종합병원, 대형복합상가 등 주민생활 편의시설 유치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및 유치 ▷산학연 협력사업 추진 등이었다. 

매년 이전기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이전에 따른 애로사항을 건의하고 있지만 해결된 사항도 적었던 것으로 보고됐다. 원주에 안착한 9곳의 이전기관은 시내버스 증편 및 시외버스 정차장 설치 등의 교통편의 확충, 우체국 등 필수 공공시설 확충을 혁신도시 정주 애로사항으로 건의하고 있다.
 

인재 채용· 지역대학 협력 저조 

2015년말 기준 지역인재 채용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 27.0%, 경남 18.8%, 대구 16.5%, 광주전남 15.5% 순이었다. 반면, 지역인재 채용비중이 가장 저조한 곳은 세종 6.2%, 강원9.2%, 울산 9.8% 순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들도 지역과의 상생협력이 부족했다는 반증이었다. 

2015년 전국 지역인재 채용 평균인 12.8% 비해 원주는 3.6%p나 저조했기 때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 107개 이전공공기관 중 지역인재 채용에 가장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3.4%에 불과했는데 공단은 '해당지역에 적격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전공공기관이 지역대학과 교육연구를 협력한 사례도 저조했다. 공공기관과 지역대학이 협력MOU를 체결하거나 인턴십을 운영하는 경우는 원주 10곳 기관 중 6곳이나 됐다.  전국적으로도 전체 107개 기관 중 68개 기관이 지역대학과 MOU를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60%는 MOU만 체결하고 실질 협력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원주혁신도시의 경우 6곳의 MOU 체결기관 중 인턴십을 운영하는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퇴직률 상승 

국회예산정책처는 지역이전 공공기관의 전체 퇴직현황을 정년퇴직, 희망퇴직, 명예퇴직, 기타 등으로 분류하고 정년퇴직을 제외한 원주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의 자발적 퇴직현황도 조사했다.

자발적 퇴직자는 2013년 309명, 2014년 327명, 2015년 327명으로 3년간 963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직원 5천684명의 16.9%에 해당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전 전후의 자발적 퇴직이 증가한 원인을 살펴봤는데 교육·정주여건이 미비한 점이 퇴직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이전으로 인해 수도권 거주의 메리트가 없어지면서 공공기관보다 복리수준이나 처우가 좋은 학계 등으로 이직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전기관들은 자발적 퇴직자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정주여건 부족으로 우수인력 유치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