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한 정책은 많지만 청년여성에 특화된 정책은 없다. 여성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공식실업률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이에대한 연구도, 대안도 아직 없다. 

질 낮은 일자리에서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거나 실업상태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일도 여성이 남성보다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라도 당장 일해야만 하는 청년과 시작부터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린다면 미래를 그릴 수 없기에 취직을 유예해야하는 청년의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당장 일자리 몇 개 늘리는 방식으로는 구직난, 열악한 일자리, 보장되지 않는 삶의 조건 등 청년의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애초에 가지고 있는 자원이 없는 청년들은 비싼 등록금, 비싼 주거비용으로 인해 빚을 떠안은 채로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이미 딛고 있는 땅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해서 일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청년'의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온전히 꾸려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사회가 그 과정을 실질적으로 돕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기 위해서는 노동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개인의 온전한 삶을 위한 조건이 최대한 마련될 수 있는 적극적이고 통합적인 정책을 고민해야할 때다. 최저임금 현실화, 노동시간 단축 등 기본적 노동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전제로, 청년들이 소진되지 않는 노동과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줄 정책을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현재를 저당 잡히지 않을 시간과 여유를 보장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구직수당을 보장해야한다. '괜찮은 일자리'를 잡으려면 '스펙'을 쌓아야 하지만, 현재 청년들에게는 그럴만한 시간과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생계유지를 위한 일부터 되는 대로 하게 된다.

그렇게 일을 지속하다보면, '경력'은 쌓이지 않고, '스펙' 없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임금도 높을 리 없다. 취업시장에 막 나선 시점에서 청년들이 좀 더 여유 있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구할 수 있도록 구직수당을 지원해야 한다. 

둘째, 차별 없는 채용이 가능하도록 평등이력서 사용과 채용자 성별비율 공시제를 연계하여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성별로 인한 차별뿐만 아니라 학력차별, 장애차별, 나이차별 등 여러 가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간 '평등이력서'는 지속적으로 제안되었다.

평등이력서가 차별 없는 채용을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평등이력서를 통해 서류 합격한 채용자 성별비율과 면접을 거쳐 최종 채용한 성별비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채용자 성별비율 공시제와 성별채용비율에 대한 관리와 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평등이력서 사용이 일반화되고, 채용자 성별비율 공시제를 연계하여 시행한다면 여전히 만연한 채용 시 성별고용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일 외의 '삶'이 가능하도록 업무시간 외 연락을 금지해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전화, 문자, 이메일뿐만 아니라 손쉽게 연락할 수 있는 카카오톡, 밴드와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업무 연락을 받아야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열심히 일한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언제나 업무에 임할 준비가 된 상태라는 걸 보여줘야 하고, 이로 인해 '일'과 '생활'의 경계가 흐려지고 항상 긴장 상태에 있게 된다. 업무시간 외 연락을 금지하는 방안이 도입된다면, 업무시간이 아닌 시간을 좀 더 명확히 구분하고 철저히 지키게 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업무시간 외 개인적인 시간을 보장하는 게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가 자리 잡는다면 퇴근, 휴가 등 노동자의 휴식과 여가가 좀 더 보장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업무시간 외 연락을 금지하는 정책은 이미 프랑스와 독일에서 시행된 사례가 있다. 

2011년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폭스바겐은 오후6시15분부터 아침7시까지 독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업무 이메일을 보내지 않는 정책을 시행했다.

2014년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지정한 하루 최대 근로시간인 13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는 특정 IT 분야 근로자들에게 오후6시 이후에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등 업무용 툴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부여했다. 

넷째, 청년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입사원에게도 온전한 연차유급휴가를 보장해야 한다. 현재 연차유급휴가제도는 전년도 출근율에 기반하여 산정한 휴가일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신입사원의 경우에는 입사한 첫 해에 쓸 수 있는 휴가일수가 없기 때문에 다음 연도에 사용할 휴가에서 끌어다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미리 휴가를 끌어다 썼기 때문에 그 다음 연도에는 휴가를 활용하는데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휴가는 만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권리로써 모든 노동자에게 온전히 주어져야 한다. 연차유급휴가를 전년도 출근율에 기반하여 산정하지 않고, 매년 온전히 발생하는 휴가로 운영하여 신입사원으로 일하는 청년들에게도 온전한 쉼과 여가를 제공해야 한다. 

지숙현 원주여성민우회 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