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석(38) 양태석 드럼스쿨 원장은 국내 유일의 '드럼 아티스트'로 불린다. 단순히 연주를 잘 하는 연주가나 뮤지션으로 남기보다 영감과 철학이 있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어 스스로 만들어 내세운 수식어지만, 이제는 그를 드럼 아티스트로 부르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다. 

대학 새내기 때 선배의 권유로 들어간 밴드 동아리에서 시작한 음악인생이 올해로 18년째다.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한 때 POP 칼럼니스트를 꿈꾸기도 했지만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학원에 다닌 것을 제외하고 독학으로 드럼을 익힌 그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드러머 김선중 씨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6개월간 김 씨의 지도를 받고 드럼이라는 악기에 눈을 뜰 수 있었다는 게 양 씨의 설명이다. 

홍대클럽에서 밴드활동을 하면서 원주에서 학원강사를 병행하던 그가 고향으로 아예 돌아올 결심을 한 것은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5년 우산동에 자신의 이름으로 드럼스쿨을 열고 200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작업에 매달렸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고 있던 그에게 "한국적인 것에도 관심을 가져보라"는 목공예가 박종선 씨의 조언은 양 씨의 음악인생을 180도 돌려놓는 전환점이었다. 각각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전통·어쿠스틱·일렉트로닉 드럼세트를 독창적인 방법으로 창조해 낸 '하이브리드 드럼세트(Hybrid Drum Set)'는 그렇게 탄생했다. 

세상에 '솔로 드럼아티스트 양태석'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리게 된 계기는 '2009 전국 타악 경연대회'에서 퓨전 타악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고 2010년 참가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퍼포먼스였다.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덕분에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오를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프린지 네트워크와 두산그룹이 지원하는 차세대 예술가 발굴·육성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빅보이' 아티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 참가한 하이서울페스티벌과 두산아트센터 무대에서의 공연은 그의 드럼 퍼포먼스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2012년 그는 솔로드럼연주 앨범 'Human Fractal'을 발표, 국내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만해도 국내에서 합주가 아닌 순수 드럼 연주로만 만들어진 앨범은 몇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선보인 솔로드럼 퍼포먼스 'Drum? Quest'를 스튜디오로 옮겨와 작업한 연주앨범이다.

자신이 직접 만든 드럼세트를 두들겨 펼치는 독창적인 연주와 다양한 일레트로닉 장치, 실험적 사운드가 더해져 연주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발표를 예정으로 두 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한동안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그가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사운드 디자인이다. 리듬과 소리를 가공해 음악이 아닌 또 다른 무엇인가를 만드는 실험적인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11일과 12일 원주문화재단 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 한솔미 개인전도 그가 참여해 기획한 전시회다. 음악과 그림을 접목한 멀티미디어아트 전시회로 시각 영상예술과 미디어아트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양 씨는 "정식으로 작곡공부를 하지 않은 내가 주목한 것은 소리를 가공하는 일"이라며 "계속 실험을 하다보면 결국 내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게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내 것을 찾기 위한 여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양 씨는 기회가 되면 '지역에서 살아남기'를 주제로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다 보니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그는 "남들은 욕심이 많다고 하는데, 지역에서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진지하고 치열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학원 문을 열고 첫 '드럼파티'를 시작할 때부터 마음속에 간직한 '드럼캠프'도 스스로에게 남긴 숙제다. 도내에서 활동 중인 드러머들을 한 자리에 모아 말 그대로 캠프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얼마 전 횡성에 터까지 구했다는 양 씨는 "10년 후에는 가능할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며 "드러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두들기면서 서로의 영감과 철학을 공유하다보면 지역에서도 무엇인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지방도시 원주에서 시작된 그의 두드림이 세계로 퍼져나갈 그날을 기대해 본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