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서 직장 생활을 한지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다. 2년 전 직장이 원주로 결정되자 가족을 떠나 험난한(?) 객지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원주의 역사와 문화를 몸으로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막연한 기대감과 설레임이 있었다.

무위당 선생님께서 "원주에 손님이 오시면 밥은 꼭 챙겨 주라"는 가르침을 주셔서 일까? 늘 외지인을 환대해주는 문화로  강원도내에서  외지인 비율과 정착율이 가장 높은 원주생활에서 느낀 점을 '외부인'의 시각으로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원주 도심 가운데 무실동 근처에 가면 팽창해가는 도시의 힘이 느껴진다. 상가는 활력이 넘치고 오가는 사람들은 여유 있어 보인다. 늘 겪는 주차난은 도시문제 라기 보다 오히려 뻗어 나가는 원주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50만 도시'를 위해 감내해야할 불편일 뿐이다.

성장하는 도시 특유의 소비문화가 신도시의 풍요로움을 발산한다. 인구가 늘고 산업시설이 확장되어 경제력이 커지는 원주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이다. 발전의 엔진을 달고 질주하는 수도권 위성도시처럼 속도가 빠르다. 

반면 도시내부 격차가 눈에 띠게 발생하고 있다. 단지 공간의 쾌적함 차원이 아니다. 주거환경·문화적 수혜 등의 격차는 이미 꽤 알려져 있다. 실생활에서 절감하는 소득격차는 구체적인 정보와 실상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지가 상승으로 인한 주거비·임대료 상승 등이 실질임금을 하향평준화 시키고 있고, 그것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이는 원주시민의 인구학적 특성·소득구간의 차이에 따라 주로 원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과 원인은 분석되지 않고 있다. 당연히 대안이 검토되지 않는다. 

도시의 힘은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력에 있기도 하겠다. 그러나 원주의 도시 팽창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주∼원주간 전철·광주∼원주 고속도로 개통 등 기회요인이 소진된 뒤에도 원주는 무한질주 할 수 있을까?

고령화·저출산 사회의 구조적 장벽에서 원주는 자유로울까? 인근 시·군에서 인구 유입이 어느 정도 완료된 뒤 원주는 어떤 도시와 경쟁하게 될까? 아마 지금 원주의 도시전략을 수정·보완되어야 할 적기일 수 있다. 

한 도시의 성장·발전 과정에는 경제 보다 도시정치 작동방식이 더 중요하다. 경제정책은 도시정치 거버넌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도시정부가 시장부문과 거버넌스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발전의 정치·소비의 정치'가 장기 지속 할 수 있을까? 수년안에 성장 엔진 역할을 해왔던 외부요인들이 변화해 갈 것이 예측된다면 도시정치 거버넌스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원주는 강원도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시장 부문도 강하지만 시민사회 역량도 뛰어나다. 오랜 실행과정에서 축적된 인적 자원이 있고, 전문적인 정책능력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원주'라는 도시에 대한 자긍심을 경제발전 뿐 아니라 역사성과 시민성에서 찾는 시민들이 많다.

내부로 눈을 돌려 '시장'은 물론 '시민'의 협력을 끌어낼 거버넌스 구축을 고민할 때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주는 수도권 중심 한국경제체제의 수직 분업체계에서 변방의 하위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과연 역사와 문화의 도시 원주가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는 시민들이 있을까?

유정배 강원도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센터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