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비부머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귀농귀촌 인구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은 현재 50여만명의 귀농귀촌 인구가 2030년대에는 3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필자도 2년 전 막연히 동경했던 전원생활의 꿈과 중천철학재단의 기념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결심으로 남편의 고향인 지정면으로 귀촌을 감행했다. 수십년간의 대도시 직장생활을 내려놓고 시작한 아름다운 전원생활의 낭만은 얼마 가지 못했다. 겨울이 들어설 때쯤 물이 나오질 않아 관정(우물) 파는 회사를 수소문하여 추운 날씨에 100미터를 파내려가서야 어렵사리 물줄기를 찾았다. 

우리 가족은 TV에서 나오는 100미터 천연암반수를 매일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거기에 지불한 비용은 거의 1천만원이었다.

새봄이 되니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나고 예쁜 들꽃들이 피어나면서 자연 속에 사는 행복감을 다시 느끼는 듯 했다. 그러나 생명력은 인간이 원하는 아름다운 것들만 아니라 각종 잡초들이 더욱 강하게 뻗어 가며 풀과의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논과 밭은 몇 달만 방치하면 어느새 엉망인 풀밭으로 변했고, 밭을 유지하기 위하여 인건비를 지불해가며 밭을 갈고 농작물을 심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생활을 계속했다. 

제대로 귀농귀촌 생활을 해야겠다고 올해 초 '원주시농업기술센터 제6기 귀농귀촌 신규농업인 교육'을 신청하게 되었다. 정원 80명 계획에 225명이 초과 지원하여 귀농귀촌 시대가 열린 것을 실감나게 하였다.

100시간에 걸쳐 귀농귀촌에 필요한 기초 지식과 집짓기, 채소·과수재배, 농기계 사용법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어설픈 초보자지만 깊이 깨달은 것은 농사가 얼마나 배울 것이 많고, 귀농귀촌인으로 정착하고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농귀촌을 권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고령화시대에 기나긴 인생2막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귀농귀촌을 꼽겠다. 도시의 삶은 소비위주의 생활이지만 시골은 조금만 부지런하면 생산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다. 잉여의 노동력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여기저기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도시의 주거난, 농촌의 공동화 현상을 해결할 방안도 귀농귀촌이다.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91.7%로 전국토의 16.6%에 몰려 살고, 반면 전국토의 83.4%인 농어촌에는 인구의 8.3%만이 살고 있다. 시골의 공동화 현상으로 2년 후에 지정중학교도 폐교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 도시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야기된 여러 문제들의 해결책을 귀농귀촌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원주는 2016년 제2영동고속도로, 2017년 중앙선고속화철도 개통으로 수도권과 1시간대에 위치하고 도농복합지역이어서 귀농귀촌인에게 매력적인 지역이다.

원주가 50만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원주시 전체면적의 93.7%를 차지하는 농촌지역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유럽의 사례를 통해서 두 가지 측면의 발전적 방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정책적 측면에서 독일의 직불금과 마이스터 제도이다. 독일은 가족농·소농 보호정책에 따라 농지 면적이 3㏊(9천75평) 이하인 소농은 500유로(약 60만원)에서 1천250유로(약 150만원)를 일괄 지원받는다.

독일은 농업인이 되기 위해서 농업직업학교에서 3년 동안 이론과 실습교육을 마치고 시험을 통과하면 '농업인(Landwirte)'이라는 직업호칭을 받는다. 

그리고 상급학교에 진학해 국가에서 인정한 전문농업경영인이나 마이스터가 되고 나서야 농업을 이끌어 간다. 독일이 소농 중심의 농업 선진국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은 이러한 직불금과 농업인의 높은 교육 수준에 기초하고 있다.

시민의식적 측면에서는 프랑스의 '땅 1유로에 팝니다' 사례이다. 시골의 공동화로 학교가 폐교할 위기에 처하자 마을사람들이 땅 1㎡당 1유로(1천200원)에 판다는 광고를 내고 사람들이 몰려와 학교를 살렸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직불금제도, 귀농귀촌 정책이 있어도 정부의 예산만 축내는 시민의식에서는 어떤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유럽의 사례가 너무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기 위해서 우리도 스피노자처럼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할 때이다.

살맛나는 농촌을 기대하며 내일은 텃밭에 자란 근대와 가을 상추를 뜯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건강밥상을 차려야겠다. 

류희경 중천철학재단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