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원주포럼이 '아이가 행복한 원주 만들기'를 주제로 지난 5일 원주시의회 모임방에서 개최됐다. 지난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아동학대를 '범죄'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 발생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은 발견조차 쉽지 않고, 보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뿐 아니라 부모들의 불안감 및 불신을 높이고 있다. 

이번 포럼은 아이가 행복하고, 부모가 마음 편히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지역사회를 기대하는 부모들의 바람에서 출발했다. 아동학대 없는 원주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엄마'들의 의지로부터 포럼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주투데이 신문사가 주최하고, 토닥토닥맘협동조합,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원주지회, (사)강원시민사회연구원이 공동주관했으며, 관련기관 종사자 및 전문가,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오원집 원주투데이 신문사 대표이사가 좌장을 맡고, 김환재 원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및 서혜정 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 대표가 발제했다. 김선명 원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 김효종 원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 박정은 정신과 전문의, 용정순 원주시의회 의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발제·지정토론

김환재 원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원주는 아동인구대비 신고 비율이 0.5%로 전국(0.2%)과 강원도(0.3%) 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신고자유형으로 볼 때 교육 종사자, 공무원, 의료인 등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은 전체 신고의 20%가량으로 전국평균(29%)에 비해 낮다.

호주(73%), 일본(68%), 미국(58%)과 비교하면 차이가 큰 것으로 보아 신고의무자의 민감성을 키워야한다.

조사과정에서 신고의무자를 만나보면 "잘 몰랐다, 학대여부를 확인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웠다" 등의 답변이 많고, 심한 경우 뻔히 드러나는 경우에도 변명을 한다.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가정 내 학대는 발견도 어렵지만 발견이 되더라도 조사과정에서 학대행위자인 부모가 "내 아이를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냐, 교육차원에서 때렸다"라는 등 반응을 보인다.

학대행위자 특성에서도 부적절한 양육태도, 부부 및 가족갈등, 양육지식 및 기술부족 등이 가장 크게 나타나 부모교육이 시급하다. 하지만 부모교육을 강제화 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서혜정 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 대표(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원주지회 지회장) 

우리 아이 서연이는 지난 2013년 원주에서 발생한 17개월 아기 돌보미 폭행 중상해 사건의 피해 아기다. 당시 서연이는 돌보미에게 머리를 폭행 당해 두 차례의 대 수술 끝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후 3년간 수술 및 치료를 받았지만 현재 한 쪽 눈의 시력을 잃고, 한쪽 다리마저 보행 장애를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아동학대 범죄는 처벌도 중요 하지만 예방과 근절이 더 필요하다. 2015년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15년 9월29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이를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스웨덴은 1979년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를 법제화 시켜 꾸준한 홍보 및 계도로 현재 아동을 체벌하는 경우가 채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후 전 세계 48개국에서 아동 체벌 금지를 법제화 시켰다. 가정 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부모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많은 연구결과에서 체벌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정서불안, 폭력성 등 부정적인 요인이 발견됐으며, 나중에 그 아이들이 또 다시 폭력을 가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을 가진 작은 사람임을, 훈육과 체벌의 경계가 어디까지 인지에 대한 모호함을 부모교육을 통해 꾸준히 계도해 더 이상 학대로 중상해를 입거나 사망하는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또한 보육시설 내에서의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보육교사의 인성 교육과 열악한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 보육교사 1명당 보육할 수 있는 정원을 줄이는 등 보육 선진국의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 

김선명 원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위 

형사입건을 기준으로 한 아동학대사건 발생 및 검거건수는 지난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특례법 시행이후 1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4년 3건, 2015년 5건, 올해 9월 말까지 11건이었다. 대부분 가정에서 발생하고,가정이외에는 학교·어린이집(21%)에서 발생했다. 

형사입건 대상 학대행위자를 살펴보면 직업은 회사원(59%), 기타 전문직(9.1%) 등으로 무직자, 일용직에 비해 월등히 많아  화이트칼라 범죄 성향을 보인다. 학력은 고졸 또는 대학졸업자가 많아 강력범죄 등 타 범죄에 비해 고학력자 비중이 높다.

또 대부분 피해아동의 부모(59.1%), 어린이집교사(13.6%) 등 아동보호의무자였다. 
현장에 나가보면 내 아이를 마음대로 때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직도 많다. 때문에 항의도 많이 받고, 형사처벌을 이해하지 못한다.

중산층 이상으로 경제적 형편이 어렵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고학력자도 많은 것으로 보아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한 것 같다.

지역사회만큼이라도 인식을 개선해가기 위해 유관기관과 언론 등이 함께 교육·홍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럼이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되며, 또한 더불어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 원주설치도 하루빨리 추진되길 바란다. 

김효종 원주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센터장 

아동학대 문제만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사회가 함께 개선 되어가야 하는 문제다. 아동, 청소년 뿐 아니라 부모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모두 함께 이루어져야한다.

또한 사회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며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동양은 예로부터 가정 중심적 사회였기 때문에 가정의 일을 사회가 개입하지 않는 문화가 있어왔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아동학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가야할 것 같다. 

오랜 시간 유치원을 운영해오며 현재 강원도사립유치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부모님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 교사와 기관, 부모 간 관계형성을 통해 아동학대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는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앞으로 부모가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많아지도록 신뢰를 만들어 가야하겠다. 

박정은 이신경정신과의원 전문의 

학대행위자의 특성을 보면 학대를 받았던 과거력이 있는 경우 그것이 성인이 되면서 폭행으로 이어진다. 훈육방법을 잘 모르고 배운 대로 야단치고, 때리는 학대를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부모학대는 노출이 어렵다.아이를 개인적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부모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게 되고, 그것이 학대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3살 때 소변을 못 가리면 도와주고, 치워주는 게 맞는데 야단치고 화를 낸다거나 청소년기에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가 원하는 성적을 받도록 요구하는 것 등이 그러한 경우다.

이는 모두 아이들에게 감정적, 정서적 학대로 다가오게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본인이 부모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존재라고 여기게 되면서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거나 우울감을 갖게 된다.

학대 후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가정 내 아동학대를 개인의 치부로 여겨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와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다. 또한 그것을 아이 개인의 문제로 여기지 가족들의 문제로 여기지 않아 약물치료만을 요구하기도 한다.

학대가 밖으로 노출되어야 치료하고, 대책을 논의 할 수 있다. 병원에 아이가 다쳐서 오는 경우 폭력이 지속되어 온 것으로 짐작되는 상처 등이 발견된다면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역할을 적절히 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 또는 사회, 국가의 개입이 필수적일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부끼리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학대를 하지 않고 상의해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용정순 원주시의회 의원 

아동학대 행위자를 볼 때 부모, 그리고 친인척 등이 가장 많다. 이것은 과거 가정폭력으로 일반화되었던 것들이다. 부부의 다툼을 약한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 역시 학대행위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원주시 위탁을 받아 운영하면서 보육원 등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상담을 통해 기록한 것을 시가 관리·감독한 내용을 검토했을 때 과거 자신보육원 아동학대의 경우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상담 내용에  징후가 발견됐지만 조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건을 키웠었다.

또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상담을 위해서는 시설 밖 다른 장소에서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데 시설 내에서 상담을 진행했었다. 지금도 그 부분은 여전히 개선이 안 되고 있어 시정이 요구된다. 

현재 원주시 인권조례가 있지만 제대로 된 실행 정책은 없는 상황이다. 인권조례를 개정하고, 인권교육을 확대하는 등 인권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실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의견으로 생애주기별 평생교육 시스템을 제안한다. 결혼적령기, 부모가 되기 전, 아이를 키우며, 그렇게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인성교육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시가 시설 및 위탁기관, 아동관련 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예산을 지원해서라도 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아동스스로 인권을 찾고 지킬 수 있게 하고, 또 아동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 10월 5일 시의회 모임방에서 진행된 원주포럼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플로어토론

조미화 토닥토닥원주맘카페 매니저 

카페에 올라오는 엄마들의 글을 보면서 아동학대를 피부로 체감하게 됐다.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했거나 또는 학대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아동학대 발생 시 대처 및 해결을 위한 매뉴얼이 있었으면 한다. 

이강후 전 국회의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의 경우 종사자의 처우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 아동학대 행위가 범죄라는 것을 계속 드러내고, 문제제기함으로 서서히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깨닫고 배우는 자리가 됐다.

김명숙 원주시의회 의원 

부부,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잘 기를 수 있다. NGO단체들이 예비 부부교육, 예비 부모교육, 아동학대 예방 교육 등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을 실시해야한다. 

김인순 원주시의회 의원 

이번 포럼이 민간 주최로 열렸다는 것과 원주지역 엄마들이 함께했다는 것이 의미 있다. 실질적인 부모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구조가 필요하다. 엄마들이 원하는 메뉴얼을 구성할 때 기관 관계자나 전문가만 아니라 엄마들의 참여도 중요하다. 

이은옥 원주시의회 의원 

아동학대문제도 인권 문제라는 점에서 인성과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인문학적 교육이 많이 진행되어야 하고,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제도적 마련도 필요하다. 

최은혜 씨

아동학대 사건이 접수 되면 관련 기관 담당자가 사례관리를 맡아 피해 아동 및 부모를 보호하고, 해결을 도와줬으면 한다.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도 지원해줘서 함께하길 제안한다. 

이미정 원주맘스홀릭 매니저 

언론에서 아동학대 사건의 학대행위자가 어떻게 처벌을 받았는지까지 보도해줌으로 다시 그러한 학대가 발생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앞으로 '아이가 행복한 원주'를 만들기 위해 다른주제들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경진 씨 

보수 교육 이수가 필수인 직업이 있듯이 보육교사들 역시 인성교육을 의무화 했으면 한다. 이수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거나 근무가 정지되도록 하면 인성교육이 꾸준히 이루어 질 것 같다. 아이를 어딘가에 맡기고 일을 나가야 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마음 편히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지은 씨 

많은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는데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다. 아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배우지 못했다. 건강검진버스처럼 아이들과 엄마가 가까운 곳에서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인권이동상담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제현수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지난해 제51회 원주포럼에서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주제를 다뤘다. 당시 조사에서 청소년들이 노동인권에 대해 몰랐을 때 아르바이트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노동인권을 배운 뒤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권리를 알게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김은숙 씨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 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이다. 내 아이가 아동학대를 당하고 보니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진행상황을 제대로 알 수 도 없었고, 도움도 받지 못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 유관기관이 피해아동 부모들을 제대로 도와줘야 하고, 부모가 관련 지식과 정보를 알 수 있는 메뉴얼 제공이 시급하다. 

박영아 원주시청 여성가족과 아동담당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도록 하겠다. 아동학대를 바라보며 늘 무거운 마음이 있었는데 포럼을 통해 느끼는 바가 크다. 아동학대 예방·근절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김태중 원주시청 여성가족과 가족담당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역할, 자녀훈육방법 등 부모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확대해야 하겠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