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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성우 1기 윤미림 씨

"한국 라디오방송 살아있는 역사" 한미희 기자l승인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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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림(79) 할머니는 지난 세월이 빗겨가기라도 한 듯 하얗게 빛나는 얼굴빛에 소녀 같은 미소를 머금고 나긋나긋 옛 이야기를 이어갔다. 

윤 할머니는 23년전 원주에 정착했다. 지금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생활이 지루하지는 않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또 요양원 원장이나 요양보호사와 같이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또다른 세상을 발견하고 있다.

윤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불편한 몸이지만 노트북을 놓고 지난 10여 년 간 써온 글을 다듬고 추려내 지난 5월 책을 펴냈다. 제목은 <방송에 몰입해 살던 젊은 성우들과 아나운서 이야기>, 윤 할머니는 대한민국 1기 성우다. 

책에는 윤 할머니가 18세 어린나이로 군방송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난 1954년부터 1970년까지의 세월이 담겨있다. '60년대와 70년대, 혼돈의 시대를 살아왔다'는 책 속 표현처럼 당시 군사정권 시대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책의 이야기는 윤 할머니의 방송인생인 동시에 라디오 방송의 역사다.

성우들과 아나운서들을 비롯해 라디오 드라마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49편의 글에 담아냈다. 윤 할머니는 책 머리에 '군사정권 전의, 폭풍전야의 평화로운 고요 속의 순진한 KBS의 드라마관계 일화들이 여기 소개되고 있다'고 적었다.

윤 할머니는 1955년 서울중앙방송, KBS 1기 성우로 데뷔해 라디오 방송 드라마 파트에서 13년간 연기를 했다. TV가 보급화 되지 않았던 시절 젊은 나이에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청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처음에는 극단원, 드라마 회원 등으로 불렸지 성우라는 말이 없었다"며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함께 의논하며 성우라는 직업을 이름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라디오 드라마는 사람들을 라디오 앞으로 불러 모으며 인기를 끌었지만 TV의 등장으로 급격히 물러나게 된다. 그와 함께 목소리로 연기했던 라디오 드라마 성우들도 전성기를 떠나보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도 라디오는 애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중요한 매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윤 할머니는 방송생활을 마칠 무렵 명동에서 프랑스 평화주의자이자 소설가인 로맹롤랑(Romain Rolland) 전집을 접하게 된다. 한 눈에 반해 책을 출판한 동경출판사에 편지를 보낸 것을 계기로 뜻밖의 인연과 도움으로 일본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윤 할머니는 경희대 국문학과, 동국대 대학원 철학과에 이어 일본 동경 상지대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다. 1967년 방송문화상을 수상했으며, 1996년부터 조선문학에 단편 <본점과 지점>을 시작으로 수필과 소설 등 단편 15편과 장편을 발표했다. 

윤 할머니는 아직도 쓰고 싶은 글이 많은데 체력이 약해져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윤 할머니는 "글을 쓰는 것이 재밌고 좋아서 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짐 하나를 풀어놓는 것. 답답하고 꽉 막힐 때 소설을 쓰면 한 숨 놓아진다.

▲ 윤 할머니가 지난 5월 펴낸 <방송에 몰입해 살던 젊은 성우들과 아나운서 이야기>.

세계를 정하고 줄거리를 만들면 그동안 없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윤 할머니는 '노인 홈' 등 글을 쓰고자 목표한 주제들로 글을 써 나갈 계획이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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